"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살포시 두 눈을 감은 이덕수(54)·최필순(44·여·대구 중구 남산동·이웃사랑 5월 20일자 보도)씨 부부와 세 자녀의 얼굴에는 포근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촛불이 눈가에 일렁이자 힘들었던 지난 한 해의 기억이 마치 영화속 한 장면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2009년은 흔히 말하듯 다사다난했습니다. 병마가 찾아왔고, 경제적 어려움에 가슴을 쳐야 했습니다. 아이들의 말썽에, 재롱에 울고 웃었습니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힘들었던 시간은 기억속으로 접어놓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올 한해 너무 힘겨웠지만 서로를 보듬어 주는 가족과, 따뜻한 사랑을 나눌줄 아는 많은 이웃의 격려가 있어 견딜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랑'과 '희망'이 우리를, 또 이웃들을 감싸주겠지요.
올해로 만 7년째를 맞이한 '이웃사랑'. 많은 독자분들의 사랑으로 올해도 '이웃사랑'은 아프고 힘든 이웃들의 곁을 든든히 지킬 수 있었습니다. 52명의 사연을 소개했고, 이를 통해 7억1천71만원이 모금됐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세계적인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매일신문 독자들의 사랑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2008년보다 성금이 1억3천만원 더 모였습니다.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것은 단순한 '돈'이 아니었습니다. 신부전증을 앓는 남편을 둬 환자 가족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할머니, 자녀들의 이름으로 매주 성금을 보내주시는 가장들, 매주 송금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해주시는 수많은 독자분들의 따스한 마음들이 모여 환자들에게 새 생명과 희망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6살 어린 몸으로 4개의 병을 앓았던 눈이 예쁜 희수(4월 29일자 보도)는 몇 달 전 병원을 퇴원해 김천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희수 엄마 최인향(40)씨는 "의사가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고 했지만 퇴원 후 오히려 희수가 더 잘 견뎌내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이 많은 독자분들의 사랑과 격려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온 몸에 혹처럼 종양이 번져나가 흉칙한 모습이었던 홍성욱(53·6월 17일자 보도)씨는 성금으로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지금 회복중이라고 합니다. 홍씨는 기사가 나간 후 수십년 전 연락이 끊겼던 누님과 만나 부산에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분들도 많았습니다. 암 투병중이던 새터민 강규호(가명·42·4월 8일 보도)씨와 백혈병을 앓았던 어진호(37·6월3일자 보도), 자궁암이었던 장미(25·7월 15일 보도)씨, 신경모세포종을 앓았던 곽기원(15·7월 22일 보도)군, 재생불량성 빈혈과 싸웠던 장성훈(가명·15·8월 5일 보도)군 등은 수많은 독자들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주신 사랑이 헛되지는 않았습니다. 장미씨의 어머니는 "우리 딸이 세상의 따뜻함을 가슴에 새기고 갈 수 있어서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새해 독자 여러분, 따스한 마음을 가진 이웃들의 가정에 행복과 건강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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