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성 여론을 넓히기 위한 여권 핵심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오전 제2차 국민원로회의를 주재하고 참석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국민원로회의는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하는 원로들로 구성됐으며 주요 국가 정책 등에 관한 대통령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1차 회의는 지난해 3월에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이 대통령은 김남조 공동의장(숙명여대 명예교수),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 노신영, 이홍구 전 총리, 이어령 전 장관 등 36명의 참석 원로들에게 세종시 수정안의 내용과 불가피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원로들이 각자 분야에서 정부의 진의를 잘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당초 이번 주중으로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시기가 당분간 늦춰질 전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3일 "언론에서 기자회견 시점을 너무 앞질러 간 측면이 있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에 대(對)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여론 동향을 살펴본 뒤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에 정치적 명운을 건 정운찬 국무총리 역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 총리는 14일 오후 세종시 입주 기업·대학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MOU에는 정부가 기업과 대학에 토지를 원형지 형태로 3.3㎡당 36만∼40만원에 공급하고 세제 및 재정 지원을 약속하는 내용이 담긴다. 기업과 대학은 투자 업종·시기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밝힌다.
정 총리는 전날 서울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 "빨리 입법예고를 해서 될 수 있으면 빨리 해결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인 혼란이 온다"고 말해 세종시 특별법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의식한 듯 "원안대로 건설돼 총리실과 9부2처2청이 가면 나라가 대혼란에 빠지고, 그 혼란은 정치인이 말하는 정치적 신뢰 문제를 능가하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개인에게도, 국가에게도 신뢰는 정말 중요한 것"이라면서도 "정치적 계산, 정치적으로 사려 깊지 못한 일들을 한 것을 고치는 것이 국가 대사를 위해 더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와 함께 세종시 수정안 통과의 1차 관문인 충청지역 여론 설득을 위해 매 주말 충청지역을 찾기로 하는 등 '올인(다걸기)'할 태세다. 충청지역 여론이 수정안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냉랭해 민심 설득에 총력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정치권 설득에 직접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특별법'을 전면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이석연 법제처장은 13일 "세종시 특별법을 폐지한 뒤 대체 입법을 해야 한다"고 밝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수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 처장은 이날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로 법 성질이 본질적으로 바뀌는데 이런 상황에서 전문 개정을 하는 것은 입법 형식에 맞지 않는다"며 대체 입법을 주장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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