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최장수마을을 찾아서] ①안동시 북후면 두산리

50, 60대는 젊은이…90쯤은 돼야 어르신

안동 북후면 두산리 경로당 앞 마당에서 마을 노인들이 모여 장구를 치며 놀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안동 북후면 두산리 경로당 앞 마당에서 마을 노인들이 모여 장구를 치며 놀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세계 3대 장수(長壽)마을인 일본 오키나와, 파키스탄 훈자, 에콰도르 빌카밤바에서 '장수'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광자원'이다. 장수 비결을 엿보려는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줄을 잇는다.

영주, 안동, 봉화, 예천에 걸친 경북 북부 장수벨트 역시 관광자원화 길이 무궁무진하다. 국내 대표적 장수촌으로 알려진 전북 순창, 전남 구례·담양·곡성에 비해 더 낫다. 백두대간과 낙동강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데다 지역 특산품과 전통 문화 유산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지역 사회의 노인 문화가 부정적·비생산적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생산적 장수 이미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경북도 용역 조사에서 북부 장수벨트 내 최장수마을로 꼽힌 4곳을 찾아 우리 고장 장수 노인들의 삶과 장수 비결, 장수마을 개발 가능성을 조명해 본다.

'덩기덕 쿵덕.'

안동시 북후면 두산리 경로당 앞. 허리가 꼿꼿한 노인 20여명이 사립 안을 꽉 채우고 있다. 하나같이 70세를 훌쩍 넘긴 고령이다. "저 할망구 장구 소리는 언제 들어도 일품이야." 손순희(83) 할머니의 장구 장단에 맞춰 어깨를 덩실거린다. 반세기 이상 들어온 구수한 가락이다. '얼쑤'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흥이 더해가는 틈으로 고소한 냄새가 파고든다. 50, 60대 젊은(?) 새댁들이 부침개를 한상 내온다. "60대면 호랑이라도 때려잡지. 이 마을에선 70대 후반이 아니면 노인 축에도 못 들어."

한편에선 삼삼오오 나뉘어 화투를 치고 있다. "요즘 할망구들이 간이 부었어. 점 50원도 곧잘 친다니깐." 김효분(85) 할머니가 옆에서 훈수를 두는 며느리 조명자(55)씨를 보고는 빙그레 웃는다. 맞은편엔 장면신(91) 할머니와 며느리 고춘자(56)씨가 화투장을 들고 있다.

두산리는 108가구 240여명의 주민들 중 절반 가까이(106명)가 65세 이상 노인들이지만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이 한명도 없을 만큼 건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마을 전체가 장수라는 천복을 누리는 비결은 뭘까?

학가산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두산리는 예로부터 청정지역으로 이름난 곳. 흥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주민들의 낙천적인 성격까지 장수 요인을 두루 갖추고 있고, 특산물인 산약(마)으로 유명하다. 산약에는 노화를 방지하는 생리활성 물질과 소화기능을 촉진시키는 전분, 아밀로스, 콜린, 사포닌,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주민들은 삼시 세끼 산약을 섭취하고 있다.

두산리 조영로 이장은 "튀김, 국, 찌개 등 항상 밥상에 산약을 올린다"며 "산약을 많이 먹어 어르신들이 무병 장수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경상북도는 이런 특성을 감안해 두산리를 '흥 따라 한방 건강 블루존'으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날 둘러본 두산리는 계단식 전답지와 넓은 메밀단지가 서로 연결돼 자연스런 걷기코스를 형성하고 있었다. 학가산에도 다양한 등산로가 마련돼 있었다.

경북도 김장주 보건복지여성국장은 "마을 주변 학가산 걷기 코스와 등산로를 개발하고 산약 관광을 연계시켜 두산리를 지속가능한 장수 마을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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