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 실천을 본받아야

16일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주기였다. 전국 곳곳에서 음악회와 유품 및 사진 전시회 등 많은 추모 행사가 열려 김 추기경의 뜻을 기렸다. 대구의 계산성당과 김 추기경의 첫 사목지였던 안동 목성동 성당에서는 추모 미사가 열렸고, 고향인 군위에서는 27일 음악회와 추모 미사가 예정돼 있다. 20일에는 대구 시민회관에서 추모 음악회가 열린다.

생전의 김 추기경은 가난한 자 편에 선 '바보'이자 군사 독재에 꿋꿋하게 맞선 정신적인 지도자였다. 선종 뒤에는 각막 기증으로 사람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을 몸소 보여주었다. 김 추기경은 평소 애용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와 '사랑은 나를 내주는 것'이라는 말처럼 평생을 낮은 곳에서 사랑하면서, 감사하는 삶을 살았다. 천주교 신자를 넘어 전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선종 뒤 공개된 1990년의 각막 기증 서약서는 종교인 이전에 인간다운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김 추기경의 각막 기증 서약 사실은 곧바로 전 국민적 반향을 불렀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각종 장기 기증을 약속한 희망 등록자가 59만 3천679명이다. 이 중 30%가 넘는 18만 5천46명이 지난해에 새로 등록했다. 김 추기경이 뿌린 행복 바이러스가 전 국민의 가슴 곳곳에 남긴 흔적인 셈이다.

하지만 각막 기증의 경우, 인식 부족 등으로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다른 장기 기증도 신청은 크게 늘었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은 적다. 기증자나 수혜자가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김 추기경은 모두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큰 짐을 남겼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사랑을 좀 더 많은 사람이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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