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신라면배의 단골' 이창호가 다시 한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2일 중국 상하이(上海) 한국문화원에서 막을 내린 11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4국에서 한국의 주장 이창호 9단이 중국의 마지막 주자인 창하오(常昊) 9단에게 231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고 3연승으로 화룡점정을 완성했다.
최종전은 드라마보다 더한 역전극이었다. 창하오가 1선에 내려선 묘수를 터뜨린 시점이 불과 42수째. 일찌감치 비세에 빠진 이 9단은 이후 80여 수를 더 끌려가며 어떠한 반전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화근의 단초는 압도적인 우세로 마무리하려던 창 9단의 조바심. 인내를 거듭하던 이 9단은 회심의 끊는 수로 백진을 두 동강내며 강공을 펼쳐 나갔다. 두터움이 지워지자 창하오는 약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레이더에 걸린 타깃을 이창호가 놓칠 리 없었다. 공격은 집요했고, 곳곳에 남겨둔 노림수의 날카로움은 창하오를 패신(敗神)에 홀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가능한 수단을 흘깃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적진을 유린하는 것이 고수의 강미(强味). 승리를 굳힌 이 9단이 '돌부처' 본연의 단단한 행마로 돌아오자 창 9단은 232수째 돌을 거뒀고, 요즘 보기 드문 대역전승을 관전한 바둑팬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목진석 9단은 "순식간에 비세에 몰렸지만, 중반 이후의 강력한 역습으로 믿기지 않는 역전을 이끌어낸 이 9단의 명국으로 공격력과 결정력이 빛을 발했다"고 평했다.
이 9단은 10일과 11일에도 중국 랭킹 3위 류싱(劉星) 7단과 2위 구리(古力) 9단을 연파, 현지 언론들이 '불력(佛力, 중국에서는 이창호를 '石佛'로 칭함) 폭발'이라는 표현으로 이 9단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보도하기도 했다. 2006년 이후 상대 전적 6승 3패로 우세인 창하오 역시 최종 주자로서 기대를 받았지만, 이날 승리는 이창호가 왜 농심신라면배의 사나이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이 대회 통산 19승 2패, 승률이 90%를 넘고 한국이 우승한 9번 중 8번을 매조지한 '철의 수문장'이 이창호였다.
이번에도 사실 예감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 14회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콩지에(孔杰)에게 0대2로 패한데다, 출발부터 동행 취재한 기자로부터는 컨디션이 저조해 보인다는 송고가 날아들었다. 이 9단 본인도 "구리, 창하오와의 대국은 초반에 큰 실수를 해서 둘 다 어려웠다"고 술회할 정도. 국후 이 9단의 얼굴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러나 비평에 매서운 이세돌 9단마저 "정말 대단하다"고 평가할 정도이고 보면 이번의 대첩(大捷)은 5년 전 6회대회 때 5연승으로 우승한 신기(神技)의 재연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이 대회 9번째 우승(중국과 일본은 각각 1차례씩 우승)을 차지하며 2억원의 상금을 받았고, 3연승한 이창호 9단은 1천만원의 3연승 상금과 우승 결정 보너스를 챙겼다. 그보다는 2007년 삼성화재배, 2008년 농심신라면배 최종국, 2009년 춘란배에서 창하오에게 당한 패배를 시원스레 설욕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통산 상대 전적은 23승 10패.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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