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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자 읽기]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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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남 지음/홍영사 펴냄

팔공산 갓바위로 이어지는 산길에 서 있는 가로등 안에 박새가 새끼를 깠다. 부지런히 먹이를 물고 들락거리는 모양이 애처롭고 숭고하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새가 부지런히 들락거리는 모양을 보면서 지은이는 어머니를 떠올렸다. 자식을 위해 평생 온갖 희생을 감내한 어머니, 박새처럼 부지런히 먹이를 물고 오던 어머니를 생각하자, 꿈에도 잊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그러니 여기에 실린 9편의 짧은 소설은 박새가 물고 온 이야기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9편의 짧은 소설이 연작 형식으로 묶여 있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끌어내는 형식이다. 그래서 9편은 각각의 이야기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처럼 읽을 수도 있다. 소설은 60여년의 시간을 관통한다.

'비를 맞으며 각개전투 훈련을 끝내고 부대로 돌아가는 행군 속에서 훈련병 김대태는 자기 이름을 목메어 부르는, 비명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판초가 스치는 소리, 군가 소리, 철벅거리는 군화 소리 속에서 말입니다. 대태야, 대태야. (중략) 똑같은 철모를 쓴 얼굴, 똑같은 군장으로 똑같이 비를 맞아 번들거리는, 똑같이 검은 얼굴. 그 상황에서 어미는 아들을 한눈에 가려내었고, 아들 또한 비를 맞으며 길가에 서 있는 추레한 모습의 여자가 어머니라는 것을 알았단 말이지요.' -아, 어매요- 중에서. 270쪽, 9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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