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과학으로 진화하는 축구'] ⑥고지대의 축구

아르헨전 고지 적응여부 승부 변수

고지대에 오르면 숨이 차고 산소부족을 느끼기 때문에 운동선수들의 경기력이 저하된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역대 최강의 우리 대표팀은 해발 2,290m 고지에서 아르헨티나와 만난데 이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두 번째 예선에서 1,753m 높이의 요하네스버그에서 또 다시 아르헨티나와 만난다. 고지대의 저기압 환경은 산소운반과 이용능력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대부분의 운동종목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수들이 힘들어 한다. 고지대에서는 기압이 낮아져 산소의 부분압력(분압)이 감소하면서 산소섭취를 어렵게 만든다. 높이가 100m 높아질수록 산소 분압은 1.13%정도 줄어들기 때문에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산소분압이 약 19% 감소, 산소의 섭취능력이 평지를 기준으로 8, 9% 떨어진다. 산술적으로는 평지기준 최대 심폐지구력의 약 90%만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데 실제 감소 정도는 더 커질 수 있으며 개인차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생리적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고지대라는 용어를 적용하는 높이는 1,500m부터이며, 개인에 따라서 이보다 낮은 높이에서도 다소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고지대에서 운동을 수행하는 경우 부족한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뇌의 호흡중추가 평상시보다 65%의 호흡증가를 초래하고 높은 호흡수를 나타내면서 숨이 가빠진다. 고지대에서는 습도가 낮아 체내 혈액에 함유된 수분이 쉽게 증발되면서 혈액량이 줄어들어 심장의 혈액 박출량은 감소하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심박수는 증가한다. 운동 시 필요한 에너지 생성과정의 산소부족은 젖산을 비롯한 피로물질이 근육 내에 많이 축적되어 더욱 피곤해진다.

공교롭게도 아르헨티나는 고지대 축구의 쓴맛을 예선전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아르헨티나는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3,600m)와 에콰도르 키토(2,800m)에서 벌어진 2차례의 원정 예선경기에서 모두 패함으로써 각별히 대비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대표팀도 나름대로 많은 대비를 해왔다. 가장 효과적인 고지대 적응 방법은 '리빙 하이, 트레이닝 로우'(living high, training low)라는 방식으로서 밤에 잠을 자거나 쉴 때는 2,000m 높이의 고지대, 축구훈련은 1,000m 내외에서 실시하는 방법이다. 고지적응을 위해 적절한 높이의 훈련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고지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인공기후실(environmental chamber)을 만들어 활용하기도 한다. 고지환경에 거주하는 자체가 중요한 생리적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는 관점에서 인공기후실내에서 거주하고 훈련은 정상적인 대기에서 실시하는 방법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기온, 습도, 풍속, 풍향, 기압, 조도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인공기후실내에 다양한 운동기구를 설치하여 훈련을 할 수도 있으며, 첨단 생리분석장비를 설치, 신체기능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고지대의 일반적인 생활을 통해서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 속 헤모글로빈을 늘리고 훈련은 1,000m 높이에서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스피드, 근육량, 지구력을 유지 및 향상시킨다. 파주훈련장의 산소방 설치,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1,043m)에서의 전지훈련 및 평가전, 루스텐버그(1,233m) 베이스 캠프 설치 등은 모두 고지대를 고려한 전략적 대비였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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