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수구꼴통'과 '좌빨'

전투적 가슴에서 뿜는 독설보다, 상생의 애정 어린 충고가 바람직

대구'경북이 국정감사장에서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다. 민주당과 민노당 소속 남녀 두 국회의원들이 작심하고 입을 맞춘 듯이 두들겼다. 대구'경북사람들이 '수구꼴통'이란다. '수구꼴통'이라…. 글쎄, 수구(守舊)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주겠는데 꼴통은 왠지 그냥 흘려듣기엔 심기가 허락지 않는다. 더구나 아직 제대로 된 사과(謝過)도 없다.

수구란 '낡은 것에 거리끼어 진보적인 것을 따르지 않고 예부터 내려 오는 묵은 제도나 풍습을 그대로 지키고 따르는 것'을 말한다.(국어대사전) 또한 수구적인 사람을 '수구가(家)'라고 일컬었다. 좌파적 진보 야당 의원들처럼 '꼴통' 같은 토를 덧달지는 않았다. 그런 미덕과 예의 있는 표현도 이른바 진보들은 낡은 옛것이라 비판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적대자에게조차 가(家)라고 불러주는 쪽이 훨씬 더 품격 있고 예(禮)가 있는 것 같은데도 말이다.

좌파 진보의원은 '보수가(家)'를 '꼴통'이란 비속어로 부르지만 보수도시의 의원들은 특정지역 국감장 자리에 가서 '진보 좌빨' 따위의 말은 입에 담지 않는다. 보수의 옛 관습과 사고 속에는 그런 몰상식이나 언어 조폭 같은 가벼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게 좌파와 차별된 보수도시의 옛 선비정신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꼴통의 본뜻이 뭔지 조금이라도 안다면 감히 그런 꼴사나운 말을 스스로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유는 꼴통의 뜻이 '말썽꾸러기'나 '불평분자'로(국어대사전) 이른바 '훼방꾼' 같은 걸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적 해석이 틀리지 않는다면 정작 그들이 이죽거려야 할 꼴통은 바로 거짓말로 외교적인 말썽을 일으킨 소속당(민주) 박지원 원내대표 같은 말썽꾸러기 훼방꾼들이 된다. 진짜 꼴통은 저네 집 안방에 앉아있는데 남의 동네에 와서 엉뚱한 사람 붙들고 꼴통 시비하고 있는 격이다.

이번 수구꼴통 논란을 보며 필자는 '좌빨'이라는 용어를 처음 쓰겠다. 물론 인터넷 등에 떠도는 '좌익 빨갱이'란 뜻의 '좌빨'이 아니다.(색깔론은 모두에게 나쁜 것이므로) 일부 좌파들의 평소 행티가 속으로는 오른 손가락으로 꿀을 찍어먹고도 겉으로는 왼 손가락을 빨아 보이는 위장과 선동에 익숙한 세력이어서다. 깨끗하다던 진보 정권이 끝장나면서 드러났던 온갖 거짓과 부패가 생생한 증거다. 우스개 표현 같지만 본란의 '좌빨'도 왼쪽(좌) 손가락을 빤다는 뜻의 '좌빨'이다.

이번 두 의원의 수구꼴통 비판이 겉 다르고 속 다른 '좌빨'형 위장술수로 느껴지는 이유는 또 있다. 국감장 속기록을 보면 첫 서두는 대구 민주의거 2'28을 들먹이며 민주화의 도시라고 치켜세우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질의를 살펴보면 해방직후의 10'1사건이 민주항쟁이며 이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라는 부분을 세 번이나 강조했다. 2'28 칭찬과 보수 충고의 속셈이 따로 있었다는 의구심을 주고 있는 것이다. 세칭 10'1사건은 민주국가에서 경찰관 40여 명과 시민 백수십 명이 피살되고 공공기관이 피습된 사건이다. 민주항쟁인지 폭동인지 아직은 역사적 평가와 진단이 완벽히 정리되지 못한 사건이다. 그걸 학생들에게 민주항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수구꼴통 도시라 부른다면 속셈은 따로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어둡고 불행한 역사는 때가 되면 배워지고 가르치게 돼 있다.

대구'경북이 한나라당에만 몰표를 던지고, 정치권 줄 달아 저들끼리 뭉치고, 남의 말 좋게 안 하고, 남 잘되는 것 못 보는 풍토 탓에 타지(他地) 사람들한테 수구꼴통으로 지목받는다는 것은 솔직히 인정한다. 우리 스스로도 그런 것들을 반드시, 빨리 고쳐야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번 두 야당 의원의 수구꼴통 비판은 충고로 공감되기보다 왼쪽 손가락 빨기로 보이는 것은 그들이 노린 것이 이념적인 것에 있었기 때문이다. '수구꼴통' '좌빨' 어느 것도 우리 모두에게 유익하고 평화롭게 뭉치는 말은 못 된다. 매사 전투적인 그들의 가슴속에 언제쯤 비둘기가 품어지고 입에서는 독설보다는 상생의 애정이 어린 충고가 나올 것인가.

김 정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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