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국근의 명리산책] 원진살

도화살(桃花煞), 역마살(驛馬煞), 공망살(空亡煞) 등등, 사주책을 들여다보면 살(煞)자가 붙은 말들이 참으로 많다. '죽이다'라는 뜻을 가진 무시무시한 글자다. 옛사람들이 이런 말들을 붙인 것은 나태하고, 겸허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세상에선 이를 '겁을 주는' 용어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고, 또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맹신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맹신은 절대 금물이다.

원진살(元嗔煞)은 결혼할 나이가 되면 본인이 직접, 아니면 친구들에게서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말이다. 사람들이 궁합(宮合)을 볼 때 참고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참고용이다. 현대에선 별 의미가 없기에 언급을 회피해도 굳이 따지고 물어보는 데에는 할 말이 없다. 이것 아니어도 얽히고설키는 세상사인지라 있는 근심도 떨쳐내야 할 판에, 도리어 돈까지 줘가며 근심을 사는 사람들 쯤 되겠다.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보면 시들하고 모를 것 이내 심사~.'. 옛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노래, 노래방에서 한두 번은 불러본 경험이 있음직한 노래다. 원진에 대해 이보다 더 명확한 뜻풀이는 없을 법 하다. 원진을 염두에 두고 지은 가사는 아닐 터이지만, 원진이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던 시절에 나온 노래라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굳이 사전식으로 풀이를 하자면 '부부간에 일어나는 까닭 없는 한때의 갈등'이고, '주는 것 없이 꼴 보기 싫은 사람'은 실생활에서의 뜻풀이쯤으로 해석해도 되겠다.

원진의 구성은 남녀 간의 띠와 사주(四柱) 중 일주(日柱)의 아래글자를 상호 비교해서 본다. 띠로 보면 쥐띠와 양띠, 소띠와 말띠, 범띠와 닭띠, 토끼띠와 원숭이띠, 용띠와 돼지띠, 뱀띠와 개띠 등 여섯 개다. 예컨대 소는 말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것이 고까워 미워하고, 범은 보잘 것 없는 닭이 머리에 '정자관'을 쓴 꼴이 보기 싫어 미워한다는 식이다.

궁합은 두 사람의 사주구성이나 이성관 대조 등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살(神煞) 등 단편적 사항의 도입은 위험하다. 실제 원진이 있는 사람들도 명예 높고 돈 잘 벌고, 서로를 의지하며 잘들 산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한다. 그러나 각기 20여년을 다른 환경서 살아온 사람들이 부부로 맺어졌다고 해서 어떻게 한순간에 같은 마음이 될 수 있겠는가. 서로의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을 인정해 가면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이해할 것을 이해하면서 살다보면 비슷하게 닮아가는 게 부부가 아닐까.

명리연구원 희실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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