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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국근의 명리산책] 먹을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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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있다. 그는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사람이다. 한 끼 굶는 것은 예사고, 아니면 라면으로 간단히 때우기도 한다. 바쁘게 다니다 어떻게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라치면, 평상시엔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친구가 갑자기 들이닥칠 때도 있다. 또 한 사람이 있다. 그는 하루 종일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는 사람이다. 밥은 세 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육체는 마땅히 할 일이 없어도 입만은 부지런한 사람인 셈이다. 어쩌다 한번 친구 집에 가면 때맞춰 친구가 손님대접 준비라도 하듯이 라면을 정성스럽게 끓이고 있다. 두 사람을 비교해 본다면 전자는 '일복'이 많은 사람이고, 후자는 '먹을 복'이 있는 사람이라 하겠다.

사주에서 '먹을 복'은 식신(食神)으로 따진다. 글자 그대로 식신이다. 사주 구조에서 식신은 내가 도와주는 글자다. 내 머리에서 나오는 재능 자체를 뜻하기도 하고, 활동성이나 대인관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나의 사안에 집중하는 능력도 이 식신의 유무(有無)와 강약(强弱)에 따라 달라진다. 강하면 분산 형이 아닌 몰입 형이 된다는 얘기다. 이들 재능 중 하나라도 제대로 얻어걸린다면 적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다.

명리학 옛 책엔 이 식신이 역할을 제대로 하면 재성(財星)이나 관성(官星)보다 낫다고 했다. 적어도 굶지는 않는다는 의미일 게다. 옛적엔 재관(財官, 재성과 관성)은 삶의 전부였다. 관성은 벼슬을 뜻하고 이 관성을 도와주는 게 재성이 되기 때문이다. 벼슬이 최상이었던 시대였기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식신이 이 재관보다 더 좋다고 하였으니 더 비유할 만한 게 없겠다. 물론 이에는 다른 더 큰 의미도 있다.

현대는 재물이 대세다. 그 재물을 있게 해주는 것이 식신이다. 그러고 보면 옛날보다 비중이 더 커졌다는 의미도 되겠다. 하여튼 이 식신은 요즈음 장인(匠人)정신을 가늠하는 기본이 된다. '외길파기'를 하는 성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식신이 의미하는 '외고집'은 전문가의 공통적 성향이다. 무슨 일을 하든 한 우물을 판다. 따라서 그 분야에선 최고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에 자부심과 성취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결과를 중시하는 형이 아니라 일이나 활동 자체를 중시하는 성향이 짙기 때문에 큰돈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전문성의 대가는 따르기 마련이다. 더욱이 전문가를 요구하는 요즘 세상에선 한 가지만 제대로 할 줄 알면, 비록 대가(大家)가 못 되더라도 등 따습고 배부르기에 충분하다.

타이트함보다 여유로움을 선호하는 이 식신이 사주에 구비되면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명리연구원 희실재 원장

chonjjja@hanmail.net 010-8780-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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