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주세계태권도대회, 예산 없어 3류대회 전락위기

150국 선수단 1만명 방문 예상…확보된 돈 고작 40억원 시설보완·홍보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6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2011년 경주WTF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터무니없는 예산과 인원 부족 탓에 3류대회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2년마다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세계태권도연맹 192개 회원국 중 150여 개국에서 선수와 임원 1만여 명의 방문이 예상되는 태권도 단일 국제대회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경주시는 2009년 11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 이어 2번째로 이 대회를 유치했다.

하지만 9일간 열리는 이 대회의 전체예산은 국비 지방비 등을 합쳐 47억1천500만원이 고작이다. 그나마 현재 40억원만 예산을 확보했을 뿐 나머지 7억여원은 스폰서 등을 통해 충당한다는 조건이어서 예산을 제때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게다가 이 가운데 15억원은 경기장 리모델링에 필요한 시설비이기 때문에 대회 홍보와 각종 대회 관련 추가시설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주시가 당초 이 대회를 유치할 때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경주관광의 부흥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예산 부족과 관심 부족 등으로 태권도 발상지에서 태권도가 천대받는 꼴이 됐다.

또 뒤늦은 대회조직위원회 구성과 인원 배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주시가 이 대회를 유치한 것은 2009년 11월이지만 조직위는 1년이 지난 2010년 10월에 3명의 직원들로 구성됐다. 그나마 올해 1월 정기인사 때 6명이 추가돼 9명이 전부다.

조직위 관계자는 "직제상으로만 계산을 해도 최소한 26명이 필요한데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오는 8월 27일부터 9일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총예산 2천875억원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로 인해 대회는 불과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국적인 홍보는 물론 경주시민들조차 대회 개최를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주 보문단지의 한 호텔지배인은 "이 같은 국제대회 개최에 가장 민감하지만 이번 행사가 열린다는 이야기는 처음"이라며 "정말 경주에서 국제대회가 열리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한 경주시민은 "경주가 태권도 발상지라고 들었는데, 국제 태권도대회를 이같이 졸속으로 추진하려거든 아예 반납을 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한 관계자는 "예산과 인원은 부족하지만 경주시는 그동안 많은 국제행사를 무리 없이 추진해 왔기 때문에 무리 없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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