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폭력 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

'폭력'이란 말과 '미학'이란 말이 어울릴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피칠갑한 샘' '폭력의 피카소'란 별명의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가 그 실마리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별명대로 그의 영화는 유혈이 낭자하다. 그 폭력은 고독한 실패자들이 자기식대로 난폭한 세상을 헤쳐가는 수단이다. 그래서 그의 폭력에는 애잔함이 묻어난다. 그의 영화가 폭력을 서정적 리얼리즘으로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1925년 오늘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스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뒤 연극 연출을 거쳐 1961년 '용서하지 못할 자'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1984년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사망할 때까지 모두 14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대표작은 국내에서도 개봉된 '와일드 번치' '겟어웨이' '철십자 훈장'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선악의 구별 없이 악당들의 세계만을 그린 '와일드 번치'는 그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다고 할 만큼 '폭력 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주류 질서에 대한 삐딱한 시각, 강력한 마초이즘(machoism), 폭력 미학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그의 영화 문법은 우위선(吳宇森), 월터 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경훈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