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남녀가 결혼을 해도 아내가 남편의 성씨(姓氏)를 따르지 않는 부부별성제(夫婦別姓制)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가 많다. 가깝게는 일본이 그렇고, 미국도 부부가 같은 성을 쓰는 부부동성제(夫婦同姓制) 관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부부동성제의 나라인 일본에서 민법의 부부동성제 조항이 헌법상의 양성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소송을 내는 사단이 벌어졌다. 113년의 부부동성제 전통을 지닌 일본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오랜 관행이었고 '가족의 일체감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대다수 일본 국민들은 부부별성제 도입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아무튼 결혼한 여성이 자기 성을 쓰는 게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쟁취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우스운 일이다.
프랑스, 영국, 미국, 스페인 등의 국가는 특별한 규정은 없지만,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게 전통이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은 원래 남편 성을 강제하는 제도였다가 별성을 선택하거나 결합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결합성의 움직임이 없지 않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모두 딴 여성들이 있다. 신생아의 성비 불균형 문제 해결과 '아들이 대를 잇는다'는 부계 사회의 성차별 극복을 위해 부모의 성을 함께 쓰자는 발상이다.
이에 대해 유림들은 가족의 해체를 가져온다며 펄쩍 뛴다. 국민들도 남녀평등 문제에 너무 예민하게 대응한다며 그다지 호응하는 눈치가 아니다. 더러는 2대, 3대로 내려갈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고 비웃기도 한다. 김이○○와 박최○○가 결혼을 하면 자식들은 김이박최○○가 되고, 또 그 후세들은…? 이런 논리다.
중국 한족의 경우는 좀 더 심각하다. 외동 1세대의 자녀는 누구의 성을 따라야 할까? 외아들과 외동딸인 '1980년대생' 외동 세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성씨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딸만 둘인 가정의 경우 귀가 솔깃한 얘기일 수도 있다.
가문과 뿌리에 대한 집착이 강하며 세계 최고의 족보 문화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도 성씨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인지. 결혼 후 자신의 성조차 지키지 못하는 일본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부러운 일일 것이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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