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자회견을 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했는데도 왜 영남 민심은 돌아서지 않는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신공항 백지화 논란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영남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유는 대통령이 영남주민들의 눈높이에서 신공항 문제를 바라보지 않고 수도권론자들의 시선으로, 서울사람들의 입장에서 신공항에 대한 영남권의 목소리를 흘려듣고 있다는 여론 때문이다. 왜 영남지역 주민들이 입을 모아 공항 주장을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결과적으로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영남지역 주민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 발전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는 변함없이 지속될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혹시나 영남권을 위로하기 위한 괜찮은 선물이라도 있을까 했지만 그것마저 없었다. 다른 대안을 내놓았더라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텐데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와서 백지화 결정해놓고 문책도 없다니...
이 대통령은 문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최종 판단을 보고받고 내가 결단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내각이나 청와대의 문책성 인사는 없음을 말씀 드린다"면서 "내각이나 청와대는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공약으로 내건 후보인 자신의 책임이지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을 한 정부 책임은 아니라는 말이다. 본인 책임을 강조한 것은 좋지만, 결과적으로 영남권 전체를 3년여 동안 신공항에 매달리도록 해 시간과 돈, 열정을 소모하도록 한 말바꾸기를 넘은 거짓말에 대한 문책도 없고 정책 부재에 대한 책임 추궁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국익을 위한 결정이었다면서 정책 결정의 지체에 따른 국력 낭비에 대한 언급도 없다. "왜 지금와서 백지화냐"는 불만에도 귀를 막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호남고속철은 수도권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
2009년 12월 호남고속철 기공식에서는 "경제성이 떨어져도 필요한 인프라는 국가가 해야한다"며 "선투자를 해서 경제성을 만들 수 있다"는 언급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낙후된 호남지역의 문제를 뒤로 미뤄선 맞지 않다고 본다. 관광을 가려면 수도권서 가야하는데 거기는 접근성이 전혀 없었다. 호남 고속철도를 가능한 한 빨리 만드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말 그대로 해석을 하자면, 수도권 사람들이 낙후된 호남지역에 쉽게 가기 위해서 고속철을 건설한다는 것으로 들렸다. 신공항은 지어도 수도권 사람들이 사용할 일이 없으니 경제성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닌지 걱정스럽다. 대통령은 또 경제성은 지어 놓으면 생길 것이라는 주장도 했지만 신공항에서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영남권의 주장은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경제적 타당성이 결여된 경우 국가와 지역의 부담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국익에 반하면 계획을 변경하는 결단을 내리 수밖에 없다"거나 "(공약으로 나온 사업) 그 중에는 집행돼선 안되는 사업도 많다. 공약한 사업이라도 공약을 다 집행할 수 없다"고도 했다.
결국 신공항사업은 국가와 지역에 부담을 주는 또 하나의 실패작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신공항을 주장해온 지역민들은 자연히 국익에 반하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지역이기주의자들이 된다.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지역발전을 위한 고심을 많이 하고 있다"고만 했을 뿐이다.
▷공항이 있어야 산다?
이 대통령은 "영남지역 발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겠지만 공항이 있어야 산다는 판단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물론 공항이 있어야 산다는 극단적인 주장은 잘못이다. 그러나 "대구경북에는 공항보다 기업이 가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는, 서울지역 한 신문이 며칠 전 보도한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유감이다. 기업이 오지 않는 상황, 있는 기업도 나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항을 유치해 하늘 길을 열자는 것인데 공항보다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지적은 선뜻 와닿지 않는다.
고사 위기에 있는 지역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결과다. 권위주의 시절처럼 대통령이 기업을 끌고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분명히 앞뒤가 바뀐 것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동관 정치부장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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