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도 하나의 작품입니다. 사람에게 자신감을 주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니까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제품을 만드는 이들은 그만큼 제품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넘친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더구나 20년이 넘도록 그 이름 하나로 버텨왔다면 어지간한 목표 없이는 힘들다. ㈜김찬월가모연구소의 김찬월 소장은 가발 하나에 모든 정신을 쏟아 부었다.
1985년부터 미용업을 하던 김 소장은 어느 날 사고로 머리가 심하게 빠진 손님이 찾아와 이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다. "머리를 손질하는 내내 불안해하고 예민해져 있는 손님을 보면서 머리가 사람 성격과 이미지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가발'에 대해 눈을 뜬 김 소장이 본격적으로 가발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일본 유명 화장품 회사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한 뒤부터다.
김 소장은 "일본에서 패션을 위해 부분 가발을 사용할 뿐 아니라 다양한 모양의 가발이 존재한다는 것이 당시 나에게는 충격이었다"며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가발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가발에 관한 전문가가 없었고, 서적과 관련용품 등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김 소장의 열정과 달리 가발 연구는 쉽지 않았다. 초반에는 10개의 가발 중 1개만이 고객의 마음에 들 정도로 형편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손님 중에 맞춰간 가발이 마음에 안 든다며 집어던지거나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10여년 만에 답답하고 탈모를 오히려 부추기는 기존 가발의 단점을 보완해 '가모'라는 진짜 같은 가발을 개발했다. 이후 1998년 정부로부터 신지식인에 선정되고 1999년 발명특허와 2005년 벤처기업 인증 등을 받았다. 지금 그는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가발연구가다.
'김찬월가모'의 우수성은 본드나 테이프 등 접착제를 전혀 쓰지 않는 결속방법에서 드러난다. 김 소장은 "기존 접착식 가발은 두피에 상처를 입히거나 머리가 더 빠지는 등 단점이 많았다"며 "하지만 '가모결속법'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모두 갖춘 신기술이다"고 말했다. 김찬월가모는 머리카락으로 고정틀을 만들고 여기에 부분 가발을 정교하게 묶는 방식이다. 물이 안 젖는 그물망(바이오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영장에서 가발을 벗을 필요가 없다. 그만큼 정교한 김찬월 가모는 하나를 만드는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김 소장이 가발을 '작품'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는 "가발을 착용하는 것은 단순히 옷을 입는 것처럼 제품을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며 "가발은 이미지를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고객에게 인생을 선물하고 싶다는 김 소장은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고객 관리에 자신의 시간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그는 "탈모환자가 자신에게 꼭 맞는 가발을 착용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며 "이들의 행복을 위해 더욱더 나은 가모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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