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일 "대구 나비부인, 동양의 美 보여줬다"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 대극장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 대극장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나비부인' 공연 시작 10분 전의 모습이다.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에서 여자 주인공 류진교(소프라노)와 남자 주인공 이현(테너)이 열연하고 있다.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 초청, 대구국제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위원장 김신길)의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이 지난달 30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각) 독일 칼스루에국립극장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공연장 앞 광장은 공연시작 1시간 전부터 이미 관람객들로 북적댔다. 일찌감치 도착한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시지를 먹고,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공연시작 직전에 허겁지겁 달려와 자리에 앉는 우리나라 관람 문화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나이 지긋한 부부는 나비넥타이에 정장을 입었고, 젊은층은 다소 가벼운 정장차림이었다. '유럽의 오페라 관객은 모두 정장을 입는다'는 이야기와 달리 청바지와 점퍼 차림의 젊은이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1904년 초연 이래 10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19세기 후반 일본 나가사키. 이곳에 주둔한 미국 해군장교 핑커톤은 일본에 머무는 동안 함께 살 여자를 구해 결혼해 산다. 얼마 뒤 남편이 미국으로 떠나자 홀로 남은 부인 초초상(나비부인)은 그를 기다리며 아이를 키운다. 그러나 3년 뒤 돌아온 핑커톤 옆에는 금발의 부인이 서 있다. 무사의 딸이었던 초초상은 자신이 현지처에 불과했음을 깨닫고 '명예롭게 살 수 없다면 명예롭게 죽으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자결한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초초상의 아리아 '어떤 갠날' '꽃의 2중창''허밍코러스' 등으로 널리 알려진 푸치니의 작품이다.

한국 성악가들의 이번 '나비부인' 공연에 대해 이곳 관객들은 "무릎을 꿇고 다소곳이 앉는 장면과 두발을 앞으로 모아 걷는 옛 일본 여성의 걸음걸이 등은 유럽 배우들의 공연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며 "전체적으로 동양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성악가들의 음악 역시 최고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객들은 나비부인이 남편을 기다리며 절망과 기대와 염려를 노래할 때 두 손으로 번갈아가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정갑균 씨가 연출한 이번 공연에서는 나비부인 초초상과 그녀의 어린 아들, 나비부인의 하녀 스즈키가 나란히 꿇어앉아 오지 않는 핑커톤을 기다리며 항구를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은 꿇어앉아 움직이지 않는데, 무대가 천천히 회전하고 조명이 바뀌면서 '시간의 흐름' '간절한 기다림' '동양 여인의 정서' 등을 절제미 속에서 애절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 연출가 정갑균 씨는 "1998년 해 뜨는 동해를 바라보며 이 장면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황원구 씨가 지휘를 맡았으며 나비부인 역은 소프라노 류진교, 핑커톤 역은 테너 이현, 샤플레스 역은 바리톤 이인철, 고로 역은 테너 송성훈, 스즈키 역은 메조소프라노 손정아 씨가 열연했으며, 칼스루에국립극장의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합창단이 협연했다.

김성빈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집행위원장은 "내년 터키 이스탄불국제오페라축제 초청공연을 비롯해 앞으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서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제작한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오페라팀의 '나비부인' 2회째 공연은 4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독일 칼스루에서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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