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26)]한국대중음악계에 던지는 짧은 소리-음악차트(상)

과거 순위 프로 뒷거래로 신뢰 추락…가온차트 생겨도 무관심

한때 팝음악이 가요보다 인기가 많던 시절이 있었다. 대체로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후반까지였는데 팝송 몇 개는 알아야 음악 좀 듣는다는 소리를 하던 시절이었다. 이 시기 마니아들은 FM라디오와 음악잡지에서 소개되는 빌보드 차트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한류열풍이 시작되고 한국 가수들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오리콘차트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1968년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된 일본의 오리콘차트는 'Original Confidence'의 줄임말인데 말 그대로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영국의 경우도 UK차트가 있는데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 음악 시장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아이튠스 차트가 대두되는데 음반에서 음원으로 시장 이동이 있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주목받는 대중음악 차트를 찾기 어렵다. '가온차트'가 한국의 빌보드 또는 오리콘을 표방하며 지난해 출범했지만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미디어나 관련 전문가들도 무관심하다. '왜 한국에서 음악 차트는 관심을 끌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한국에서도 음악차트는 일찍부터 존재했다. 1963년, 동아방송(DBS)은 청취자들의 엽서를 통해 순위를 매기던 '동아 베스트 10'을 만들었다. 애초 팝음악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뒤이어 가요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가요만을 대상으로 한 집계는 MBC에서 시작된다. 1971년, MBC는 '무궁화 인기가요'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훗날 '금주의 인기가요 20'의 전신이다.

1980년대가 되면서 가요차트 프로그램은 컬러TV의 등장과 함께 화려해진다. 1980년부터 시작된 KBS의 '가요톱10'은 최고의 인기였고 MBC는 '내가 뽑은 인기가요'를 통해 대중들의 참여를 확대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TV쇼의 성격이 짙기는 했지만 나름의 인기와 신뢰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방송사와 음반제작사의 뒷거래로 순위가 조작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뢰는 추락한다. 이른바 한국판 '페이올라'(Payola) 사건이 터지면서 대중들은 순위 프로그램의 신뢰도에 대해 회의적이 된다. 방송사 또한 순위프로그램의 필요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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