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학물질 몰래 매립, 왜관 미군기지뿐이랴"

경기도 부천 캠프 머셔도 증언 나와…전국 미군기지 환경오염 실태조사 여론

환경실천연합회 경북본부 칠곡군지회 회원들이 24일 오후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고엽제 매립의혹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환경실천연합회 경북본부 칠곡군지회 회원들이 24일 오후 왜관 캠프캐럴 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고엽제 매립의혹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 내 고엽제 매몰 의혹이 드러난 이후 고엽제 매몰 사실을 증언하는 미군과 한국 근무자들이 계속 나오면서 그 파문이 전국의 미군기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24일 캠프 캐럴뿐만 아니라 경기도 부천 오정동에 있었던 '캠프 머서'에도 1963~1964년 온갖 화학물질이 매립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주한미군기지와 그 주변의 환경오염 실태를 전반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전 주한미군 레이 바우스 씨가 지난 2004년 5월 미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전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재미교포 안치용 씨가 인용,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통해 부천시 오정동에 있었던 캠프 머서에도 화학물질이 땅에 묻혔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미 공병단 44공병대대 547중대원으로 1963년 7월부터 1964년 4월까지 캠프 머서에서 근무했다는 바우스 씨는 당시 불도저를 이용해 구덩이를 파고 고무옷과 가스 마스크, 화학물질 등 수백 갤런을 버렸다고 말했다. 1갤런은 약 3.8ℓ이다. 그는 매립 위치가 정문에서 오른쪽 두 번째 저장창고 뒤 언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화학물질을 버렸으며, 이후 어떤 식으로 관리 또는 처리됐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또 캠프 머서에 주한미군 화학물질 저장소가 있었으나, 1964년 3, 4월쯤 왜관의 캠프 캐럴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너무 가깝기 때문에 화학물질 저장소가 이전된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전국에는 전체 90여 개에 달하는 주한미군기지가 설치돼 있다. 이전 사업에 따라 반환 대상으로 선정된 80개 기지 중 47개가 반환되고 남아 있는 주한미군기지는 모두 4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경북도의회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는 24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경북도로부터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진상파악과 실효성 있는 대책수립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문화환경위는 한'미 간 합의에 따라 진행 중인 공동조사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공동조사에 적극 참여하고 앞으로 경북도와의 공조체제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또 고엽제뿐 아니라 다른 독극물의 매립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주민들이 의혹과 불안감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경북도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장세헌 위원장은 "주민들의 건강문제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고 고엽제뿐 아니라 다른 독극물도 매립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며 " 중앙정부와 미군 측의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도의회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는 캠프 캐럴의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미군부대의 문제일 수 있으며, 특히 캠프캐럴 사태는 250만 대구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일련의 미군부대 독성물질 매립 여부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과 전국 모든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미군부대의 환경오염 문제를 집중 거론해 오고 있는 녹색연합 관계자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모든 환경오염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도 주한미군 기지 전반에 대한 철저하고 광범위한 환경오염평가와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최창희기자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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