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느 초등학교에서 6'25전쟁을 주제로 그림 그리기 숙제를 냈는데 3학년짜리 한 녀석이 시곗바늘이 4시에 맞춰져 있는 커다란 시계 하나만 달랑 그려냈더라는 이야기를 본란에 쓴 적이 있다. 그 꼬마가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호주에서 어학 공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당시 꼬마가 시곗바늘을 새벽 4시에 맞춰 그려놓고 '이게 6'25'라고 답한 것은 북한의 남침이 새벽 4시였다는 시간적 요소만 강하게 기억할 뿐 남'북의 이념 대결 같은 정치적 요소는 교육이 모자랐기 때문이라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사상이 담긴 역사교육은 어렵고 중요한 것이다. 어쩌면 성년이 지난 그 아이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6'25를 말하라면 '새벽 4시'를 떠올릴지 모른다. 시곗바늘을 그린 그날 이후에도 6'25 역사를 따로 듣고 배우지 않았다면.
지난주 6'25전쟁 61돌을 맞으면서 지역 군부대(제2작전사령부) 현역 장성(將星)들이 모교 중'고교를 찾아 후배 학생들에게 6'25 남침 등 국가 안보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방문 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신선하고 멋진 발상(發想)이다. 아마도 장군들이 그런 발상을 낸 것도 중'고교 시절 일부 전교조 교사들로부터 왜곡된 남북 관계를 세뇌받고 입대한 신병(新兵)들의 역사관을 다시 올바로 잡아주자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 믿어진다. 실제 사단급 부대의 신병들이 고교에서 좌클릭된 교육을 받고 입대해 근대 역사나 왜곡된 안보 의식을 바로잡아 주는 정훈 교육에 애를 먹는다는 얘기가 있어왔다.
6'25 노래 교육만 해도 그렇다. 오랫동안 교내에서 불리던 6'25 노래가 DJ 정권이 들어선 이후 시나브로 사라졌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도 음악 교과서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게 다 DJ 정권 무렵이었다.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어서였든 아니었든 교육 현장에서 없애버리고 사라진 건 사실이다. 그나마 용케도 노래방 노래책에는 아직 살아있는 6'25 노래가 과연 남북 화해에 걸림돌이 되는 노래인지 노랫말을 뜯어보자.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역사 이래 최악의 동족상잔(同族相殘)을 두고 어찌 우리 이날을 잊으랴 한 것은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다. '조국의 원수들' 구절 또한 그들 귀엔 거슬릴지 모르나 300여만 명의 젊은 병사들과 동족들을 살상케 한 스탈린과 북한 정권을 60년 전 당시 그런 노랫말 말고 어떤 낱말로 표현할 것인가.
군가(軍歌)풍의 적대적 가사가 담긴 노래를 꼭히 국민가곡처럼 불러야 옳다는 얘기가 아니다. 진정한 평화와 통일을 위한다면 노랫말에서까지도 그 속에 담긴 진정성과 거짓 없는 역사를 교육해야 한다. 물론 세상은 변한다. 60대 보수층은 어릴 때 '피아골' 영화를 보고 자랐다. 지리산 피아골 빨치산이 양민을 죽창으로 서로 죽이게 했던 잔학상을 영화로, 연극으로 보며 '교육' 받았다. 요즘 세대는 반대로 미군을 약간 삐딱하게 그렸다는 '동막골' 영화를 통해 교육된다. 초점이 서로 다른 문화나 이념을 달리한 교육을 통해 역사를 해석하고 세뇌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세대 간의 틈이 나타나게 된다.
노래방에서조차 이쪽 방에서 6'25 노래가 나와도 저쪽 방에선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가 들리는 세상이 됐다. 6'25 노랫말 속의 '원수'도 과거엔 북의 침략군이었다면 오늘날의 '원수'는 우리 내부의 공공(公共)의 적들이다. 서민의 저축금을 뺏어 먹는 더 가진 자들과 뇌물 먹고 그 강도짓을 눈감아준 힘 있는 자들, 자신은 단돈 10원 벌어오지도 못하면서 수조 원 세금으로 반값 등록금을 공약(空約)해서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정치꾼들, 온 나라를 도박장으로 만들 카지노 내국인 출입을 거론하는 무뇌 장관, 학생이 교사를 때려도 교권은 나 몰라라 하는 미친 교육으로 학업 성적은 전국에서 꼴찌로 떨어뜨린 일부 좌파 교육감들. 그들이 오늘 '이 나라 이 겨레'를 좀먹고 '짓밟는' 공공의 원수들이다.
극좌 종북 세력, 부패 공직, 지식, 문화세력, 이기적 경제'정치집단…, 이제 그 '원수'들은 누가 '쳐서 무찔러'야 하나. 대통령도 이제 영(令)이 안 서고 있다. 더 큰 '힘'으로 노랫말처럼 '쳐서 무찔러야'한다. 그래야 이 나라가 제대로 설 수 있다. 그 대혁명의 힘은 어디서 나올 것인가. 민(民)에서 나온다. 우리 스스로 일으켜야 한다. 아니면 또 한 번 북에서 그 힘이 내려온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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