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색 막걸리식당
막걸리의 인기가 여전하다. 막걸리는 천 년 이상 마셔온 우리나라 전통술이다. 막걸리는 알코올 함량이 낮으면서 유산균과 효모가 함유돼 있으며 단백질'식이섬유를 비롯해 다양한 유기산과 생리활성 물질이 들어있다. 막걸리는 '건강 술'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앞으로도 인기몰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젓가락 장단에 맞춰 우리네 애환을 풀었던 향수도 아련하다. 서민의 동반자인 막걸리를 어느 곳에서든 마셔도 좋지만 음악이 흐르고 예술이 숨 쉬는 곳이라면 금상첨화. 이색 막걸리 식당을 찾아봤다.
##콘서트장 온 듯 박수'노래
◆GG사랑방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5명의 주부들로 이뤄진 GG밴드(Great Girls의 약칭)가 쏟아내는 다이내믹한 사운드가 식당을 울린다. 막걸리 식당이 아니라 마치 콘서트 장에 온 듯 축제의 분위기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도 막걸리 잔을 앞에 두고 이들이 뿜어내는 열정에 녹아든다. 함께 박수치고 노래하면 어느덧 하나가 된다. 더위는 저만치 물러가고 스트레스는 한방에 날아간다.
이복란(드럼), 이상례(일렉트릭기타), 권곡지(베이스기타), 박원기(신시사이저), 규리(싱어) 등으로 구성된 GG밴드는 대구경북 최초의 주부 밴드다. 40, 50대인 이들은 7년 전 학교 어머니 모임과 가요교실을 함께 하던 주부 5명이 의기투합해 결성했다. 달구벌가요제 출연이 계기가 됐다. 처음엔 기타 등 악기를 배우고 싶은 순수한 동호회로 출발했다.
그동안 결식아동돕기 자선공연, 경로당'양로원'재활원'복지관 위문공연 등 수많은 봉사활동을 해 왔다. 2004년 'KBS 인간극장 5부작'에 출연할 정도로 유명세(?)도 치렀다. 40, 50대 주부들로 이뤄진 밴드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연주 실력과 가창력을 갖췄다.
이런 GG밴드가 사고(?)를 쳤다. 단장 이복란 (52) 씨가 경영하는 꽃집 옆 공간에 이색 막걸리 식당을 연 것이다. 원래 이 공간은 단원들이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연주 연습을 할 작정이었다. 우연히 단원 중 한 명이 지난날 젓가락 두드리며 막걸리를 마시던 향수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막걸리 식당도 겸해 볼 것을 제의했다. 이에 단원들은 밴드 연습시간을 활용해 손님들에게 흥겨운 노래를 선사할 것에 뜻을 모았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이구동성으로 7080의 노래를 들으며 지난 추억에 빠진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7년간 음악 봉사 때 만난 유명 연예인과 찍은 사진, 벽면을 가득 채운 낙서 등은 지난날 막걸리 집을 보는 듯하다. 여기에다 흥겨운 노래와 심금을 울리는 밴드는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흥겨운 노래와 막걸리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는 셈이다.
정성껏 만들어 내놓는 찌개'전 등 안주도 막걸리의 맛을 돋우고 있다. 특히 주인장이 텃밭에서 직접 기른 신선초'상추 등 신선한 채소는 텁텁한 막걸리 맛을 깔끔하게 해준다.
이 집은 영리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2004년 밴드를 결성한 이후 줄곧 해온 봉사활동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우리가 막걸리 식당을 연 것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이윤이 남으면 어려운 이웃이나 어르신을 위한 봉사활동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배추전'부추전 6천원, 해물파전 8천원, 녹두빈대떡 8천원, 두부김치 8천원, 돼지껍데기 7천원, 소구레 1만원, 돼지김치찌개(4인기준) 2만원. 053)581-7095.
##자연의 풍경에 마음이 편안
◆작은 공간
대구시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공원 옆 '작은 공간'. 간판만 봐서는 막걸리집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안으로 들어서자 33㎡(10평) 남짓의 간판 이름 그대로 작은 공간이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식당 벽면에 걸려 있는 대형 소나무 그림이다. 막걸리 집에 웬 소나무 그림인가 하던 의구심이 이내 풀렸다. 이 집의 '주인장'이자 서양화가 배종호 씨가 작업실로 쓰던 공간을 막걸리 집으로 꾸몄다. 식당 내 다락방(?)을 개인 화실로 만들고 나머지 공간을 손님들에게 내준 것이다. 식당에는 한국 전통의 소나무와 겨울 섶다리 풍경 등 생동감 있는 그림들로 가득 차 있다.
배 화백은 미술대학에서 정규 미술공부를 하지 않고 독학으로 일가를 이룬 화가로 유명하다. 생업으로 대구에서 광고사인업을 하는 도중 틈틈이 그림 공부를 하다 나이 마흔에 뒤늦게 화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는 인위적인 구조물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계곡과 산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생명체를 있는 그대로 화폭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가 식당에 걸려있는 그림 속의 소나무가 꿈틀대며 바깥으로 튀어나올 듯 용솟음친다. 소나무 숲길 사이로 비치는 한줄기 빛은 천지창조의 서막을 보는 것 같다. 술집에 온 것이 아니라 마치 자연 속으로 들어 온 듯하다.
막걸리 집에 걸맞게 내부를 꾸민 것도 독특하다. 옛 주막을 연상할 만큼 크게 적은 주(酒)자와 술 마시는 그림으로 장식해 놓았다. 한 쪽에는 1960, 1970년대 유행한 '돌아온 외팔이' '닥터 지바고' '벤허' 등 영화 포스터가 지난날의 아련한 향수를 자아낸다.
'근심 푸는 곳'으로 이름 붙인 화장실에는 문학의 향기도 흐르고 있다. '버스도 산을 오르기 힘겨워했다 북행의 길은 거진에서 막히고 꼭 저 길을 거슬러 회령까지 가리라 돌아오는 길 여름 진부령을 넘는다…' 중견 시인 김태수의 '여름 진부령'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곳에서 만난 손님들은 말 그대로 작은 공간에서 예술을 만나고 문학의 향기를 마신다. 막걸리를 앞에 두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덤이다.
배 화백은 "우리의 전통주인 막걸리에 문화의 향기를 입히고 싶다"며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모습을 캐리커처로 그려 기념품으로 증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치두부전 7천원, 모듬버섯전 1만원. 053)254-6864.
##금요일이면 흥겨운 국악잔치
◆국악카페 한량
"새가 날아든다 웬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 중에는 봉황새 만수문전에 풍년새~." 흥겨운 우리 가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곳저곳에서 손님들의 박수가 터져나온다.
매주 금요일이면 이곳에서는 한바탕 국악잔치가 벌어진다. 국악인이 맛깔스러운우리 소리를 부르면 손님들은 국악 향기를 맡으며 정겨운 막걸리와의 대화가 이어진다.
우리 민요의 타령에 주인장 장상수 씨가 직접 고수를 맡아 추임새를 넣는다. 한바탕 노래가 끝날 무렵 국악인이 '쾌지나칭칭 나네'를 부르자 손님들은 '옹헤야'로 화답하며 하나가 된다. 흥에 겨운 손님은 직접 무대에 나와 노랫가락을 부를 수도 있다. 우리가락과 막걸리의 한바탕 만남으로 근심걱정은 저 멀리 달아나고 새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있다.
이곳은 흥겨운 국악 한마당에 어울리는 우리의 전통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전국의 명품 생막걸리를 골라 먹을 수 있다. 500년 전통의 누룩과 금정산 암반수로 빚은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찾던 막걸리로 민속주 1호로 지정될 만큼 은은한 향과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경기도 고양의 '배다리 쌀 막걸리'도 빼놓을 수 없다. 100여년의 5대째 술도가가 자부심으로 빚은 이 술 역시 14년 동안 박 전 대통령이 즐겨 마시던 술이다.'대통령 전용 쌀막걸리'로 지정돼 청와대에 납품했던 역사적인 술이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고 정주영 현대 회장에게 특별히 부탁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입안에 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이 밖에도 100년 전통의 생탁주인 '상주 은자골 탁배기', 황장산 천연암반수로 빚은 '문경 오미자 막걸리', 부드러운 맛에 영양이 풍부한 '서울 장수 막걸리', 80년 묵은 항아리 속에서 발효해 청량감이 일품인 '충북 진천 덕산 막걸리'등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얼음을 채운 통에 담아낸 신선한 막걸리와 단호박'표고버섯 등 9가지의 재료로 만든 모둠전 안주는 찰떡궁합을 이룬다. 053)766-5467.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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