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7광구

한국 첫 3D 대작 '겉포장'너무 신경썼나

산유국의 꿈을 안고 석유시추선 이클립스호가 맹렬하게 해저를 뚫는다. 그러나 시추작업은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급기야 본부로부터 철수명령이 내려진다.

석유가 있다고 확신한 해준(하지원)은 격하게 반발하고, 철수를 위해 본부에서 파견된 정만(안성기)과 몇몇 대원들은 마지막 시도를 펼친다. 철수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달. 그 안에 석유의 존재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본부와 통신이 끊기고, 폭풍과 함께 이클립스호에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7광구'는 석유탐사를 하던 인간들이 심해의 괴물을 만나 고립된 시추선 안에서 사투를 벌인다는 줄거리의 SF공포물이다. 100억원대의 순제작비가 든 올여름 야심작이다. 한국 상업영화로는 최초로 3D로 촬영됐고,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화면과 합성하는 특수기법을 동원했다.

'한국 최초의 3D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화려한 타이틀로 공개된 '7광구'. 그러나 이런 타이틀과 달리 전혀 독창적이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꿈만 꾸다 주저앉은 7광구와 같은 영화가 되고 말았다.

해저의 괴물이 인간을 공격하는 영화는 무수히 많았다. 고립된 공간 속에서 괴물에게 쫓기며 하나 둘 죽어가는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7광구'는 '레비아탄', '딥 라이징', '어비스' 등 할리우드 영화들의 흔적을 그대로 답습한다. 70년대 광란에 가까울 정도로 산유국의 꿈에 부풀었던 열망이 괴물을 키웠다는 정도가 '국산'의 흔적을 보여줄 뿐이다.

캐릭터도 평면적이다. 해준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팀장(박정학)에게 대들다 화만 낸다. 마초적 이미지를 주기 위한 의도지만 작위적이다. 감초 캐릭터를 맡은 박철민과 송새벽 또한 억지 농담만 하다가 사라진다. '박스 치워!'를 '박수쳐'로 듣고 괴물 앞에서 박수치는 모습은 웃음이 나다가도 씁쓸해진다.

해준의 연인 동수(오지호), 의사(이한위), 연구원 현호(차예련), 팀장(박정학) 등의 캐릭터도 전혀 입체감을 느낄 수 없이 해저괴물과 싸웠던 무수한 영화의 무수한 캐릭터를 카피, 반복하면서 소모된다.

 느슨한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 해준과 괴물의 대결은 긴박감을 준다. 폐쇄된 공간에서의 사투가 사뭇 공간감이 느껴질 정도다. 괴물을 그려낸 컴퓨터그래픽도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지지만, 전혀 어색한 것은 아니었다.

최후는 결국 해준과 괴물의 1대1 맞대결이다. 영화는 해준에 대한 설명은 과도할 정도로 많지만 괴물에 대한 단서는 거의 주지 않는다. 석유에 대한 집착이 괴물을 배양하기에 이르렀다는 배경이 있지만 괴물 탄생과 번식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고 괴물의 외양 또한 해양생명체로서의 정체가 모호하다.

마지막 대결이 드라마틱하기 위해서는 괴물의 정서와 습성에 대한 정보들이 제공되어야 한다. 괴물이 왜 인간을 공격하고, 분노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으면 1대1 맞대결의 긴장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7광구'는 기술에 '올인'한 작품이다. 홍보사진도 정작 영화사진보다 촬영장 스케치사진이 더 많을 정도다. 3D에 할리우드의 전유물이었던 블루스크린의 도입 등 홍보 포커스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아무리 납량용 괴물영화라도 드라마의 뒷받침이 없으면 허약해진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함께 연출력은 모든 장르의 기본 사항이다. '7광구'는 기술이라는 외형적인 측면에 너무 많은 공은 들였지만, 정작 기본에는 충실하지 못해 아쉬움을 준다.

'목포는 항구다'(2004), '화려한 휴가'(2007)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다. 러닝타임 105분. 15세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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