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세훈 서울시장 "내년 대선 출마 안해"

시장직 사퇴는 언급 없어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혀 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24일 치러지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른 서울시장직 사퇴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1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정치적 입장'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대선 출마를 고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 거취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오해를 없애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도 퍼주기식 복지를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있다. 인기에만 안주하는 구호로 주민투표를 방해하는데만 급급한 정당이 있다"고 민주당 등 야권을 비판햇다.

한편 정치권은 오 시장의 대선 관련 거취 표명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해석이 다수다. 야당의 투표 보이콧운동 때문에 개표 요건인 투표율 33.3%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또 주민투표가 미래를 위한 순수한 결단이었다는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오 시장이 예상과 달리 투표 결과와 시장직 연계 방침을 밝히지 않은 것은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직을 걸 경우 자칫 '주민투표 패배→시장직 사퇴→재보선에서 야권 인사의 서울시장 당선'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결과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오 시장이 시장직을 버리지 않기로 당과 약속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은 또한 여권 내 대권 경쟁구도를 흔들 중대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오 시장이 차차기를 겨냥하고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박 전 대표는 사실상 더이상의 경쟁없이 대선 후보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의 대안을 오리는 정몽준 전 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측은 오 시장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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