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거짓말, 행복한 거짓말, 과연 어떤 거짓말이 기분 좋은 거짓말이며 행복한 거짓말일까. 우리가 일상을 살다 보면 무심코 내던진 말이 거짓말이 될 때도 있고, 그 말로 인해 오해를 사기도 하고 수없이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어 진실을 외면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며칠 전 연극 '라이어'를 보았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행복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주인공이 밉지가 않았다. 연극을 보는 동안, 보고 난 후에도 내 마음과 내 주변이 온통 행복한 기운으로 가득함을 느꼈다.
필자가 영국 극작가 겸 연출가인 레이쿠니(Ray cooney)의 작품 '라이어'를 처음 접한 건 6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마음 약한 한 남자의 거짓말로 인한 하루 동안의 기막힌 해프닝을 다룬 연극 라이어는 택시운전사 존 스미스가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은 계속 부풀어 진실이 거짓처럼 되고 거짓이 진실처럼 되어 버리는 기막힌 상황이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언뜻 줄거리만 보아서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 연극이다. 잘 짜여진 상황에 정신없이 진행되는 이야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 궁지로 몰릴수록 에너지를 뿜어내는 무대 위 배우들의 열정이 관객들에게 후련함을 느끼게 하고 관객들로부터 순수한 웃음을 끌어낸다.
연극에는 웃음에 타이밍이 있다. '라이어'는 그 타이밍을 절묘하게 잘 이끌어 내는 작품이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가벼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작품으로 승화시킨 연극이다. '라이어'는 쉴 새 없이 웃음 폭탄을 날리며 무조건 웃게 하는 연극이다. 한 번 웃음이 터지면 배우들의 행동 하나하나에서도 웃음이 묻어난다. 가끔 코믹 연극이나 뮤지컬을 관람할 때 아쉬웠던 점이 웃음의 타이밍을 잡지 못해 좋은 작품이지만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지 못하는 작품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라이어'가 지금까지 1만5천 회의 공연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웃음의 타이밍과 잘 짜여진 상황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의에 의해, 또는 타의에 의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누구나 거짓말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거짓말이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 자꾸만 거짓말이 크게 부풀어졌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연극 '라이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행복한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거짓말인 것 같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고 행복한 기운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다면 거짓말은 가끔씩 생활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이 정 희 예전아트센터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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