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에 열린 다보스포럼은 그동안 누적되어온 소득 분배의 불공평으로 인해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세계의 저명한 기업가와 경제학자들이 참여해서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를 계속적으로 주장해왔던 다보스포럼이 이런 경고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궁극적으로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가 더 이상 자본주의의 발전에 긍정적 기여를 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신자유주의는 주로 노동 시장의 유연화(해고와 감원을 더 자유롭게 하는 것), 작은 정부, 규제 완화,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시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글로벌화는 국가 간에 특성화와 자유교역을 통해서 참여하는 모든 국가들이 보다 높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혜택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신자유주의와 글로벌화 간에는 서로 명백한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글로벌화에 의해 참여국들 간의 특성화가 진행되면 각 나라에서는 그 특성화된 분야 이외에서 발생하는 실업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작은 정부나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확대를 시도하는 국가들은 최근의 유럽 국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종종 재정위기를 동반한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가 도움이 되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이러한 추세를 잘 활용하여 경제성장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빈부 및 지역격차 등을 고려해 볼 때 다보스포럼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실업문제에 근거한 경제위기를 우리나라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를 통해 기존의 산업구조가 부분적으로 변화되거나 고도화되었으며 국제화되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대구의 경우, 주력 산업이 섬유산업에서 기계 산업으로 변화되었으며, 최근 들어 다양한 국제행사들을 성공적으로 주최하면서 국제도시로서의 모습도 갖추어 가고 있다. 경북의 경우, 주력산업인 전기전자, 철강 및 금속산업이 고도화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화와 신자유주의는 대구 경북지역에 실업이라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함께 안겨 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대구의 경우 실업률이 2010년 기준 4.0%로 전국 평균 3.7%보다 높은데, 이것은 기존의 수도권과의 격차가 이 다보스포럼 경제체제에서 더욱 확대 재생산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대구시는 테크노폴리스 구축 등 지식기반산업 조성과 지역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지식기반산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우수한 양질의 인적자원 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지역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이들이 겪고 있는 인력난 해결을 위해 안정적인 기술인력 공급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이 두 가지 과제는 모두 지역 내 대학들과 협력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야 될 문제들로 보인다. 즉, 지식기반산업의 성공적 추진은 지역 대학들이 우수한 교수인력을 확보함으로써, 또한 지역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지역 대학들이 배출하는 맞춤형 인력에 의해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테크노폴리스 구축의 일환으로 최근에 설립되고 있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외부의 우수한 인적자원 확보를 통해 지역의 연구와 교육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지역 교육 및 경제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최근 들어 대구경북 지역대학의 경쟁력이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서 뒤처지게 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역의 대학들이 우수한 외부 인적자원 유치에 공을 들이지 않고,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필요인력 공급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현재의 수도권 위주의 교육 체제에서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점점 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지역 자치단체와 대학, 기업 등이 위기의식을 갖고 긴밀히 협력해 나간다면 지역의 인력난과 실업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지역대학들의 경쟁력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대구경북의 발전도 이들을 토대로 든든하게 이루어질 것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김태윤/계명대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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