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깃들어 있는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요, 풍경이다. 그 안에서 몇 개의 삶들이 일상의 역사를 만들어가므로, 집이라는 공간은 삶의 중요한 배경이 된다.
그러나 그 풍경을 멀리서 떨어져보면 어떤가. 멀리서 보는 집은 그 삶의 무게를 탈피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의 집과 '다른 사람'의 집은 평등한 무게로 다가온다.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 일상을 관조하게 되기도 한다.
작가 정광식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지상의 풍경을 돌로 조각해 보여준다. 작가는 검은 돌인 오석(烏石)을 그라인더로 깎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해 부조 작업으로 풍경을 보여준다. 집이 있고 길이 보이고, 강물도 드러나는 그의 풍경에 주로 '풍경 조각'이라는 말을 붙이곤 한다.
검은 돌들은 작가의 손길을 거쳐 구획을 나눈 집으로 변모한다. 돌 조각 위에는 창문이 있고 옥상이 있다. 마치 한 도시를 연상케하는 그의 작품 속 집들은 닮은 듯 하면서도 모두 다르다. 이것은 우리의 현실과도 유사하다. 멀리서 보면 모두 닮아 보이는 사람과 삶이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모두 다르다. 작가는 멀리서 지켜보는 시각으로 전략을 잡았다. 여기에 작가는 '뷰'(View)라는 제목을 붙였다. 넓은 시야를 가진 작가의 생태학적 풍경을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멀리서 보면 회화같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돌을 하나하나 쪼아 그 결을 살렸다. 윤규홍 아트디렉터는 "무수한 낱개가 모여서 전체의 패턴을 결정하는 그의 작업은 한국 단색화의 모노크롬 경향과 맥이 닿아 있다"고 말한다.
오밀조밀하게 자리잡은 한 동네의 나지막한 풍경에서 '평등함'을 느낄 수 있다. 전체를 바라보고 있으므로 부분에 관한 집착이나 독단이 배제된다. 작가와 관람객의 시선이 고루 미치는 풍경에서 편안한 감각이 느껴진다. 오석 위에 새긴 정광식의 풍경조각을 4월 21일까지 갤러리 분도에서 만날 수 있다. 053) 42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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