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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이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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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안동에 다녀왔다. 임하댐을 배경으로 한 고택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해가 질 무렵 주변은 댐의 반사를 받아 황홀한 색상으로 빛나며, 어떤 화가도 그릴 수 없는 오묘한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거기에 하얗게 눈이 내려앉은 눈꽃의 이팝나무와 노을이 절묘하게 대비되고 있었다.

"이파리가 파릇하게 나고 얼마 있으믄 고 위로 꽃대가리가 쑥쑥 올라와. (나무가) 날 지나고 보믄 희끗희끗혀져. 피겄다 피겄다 허고 있으믄 확 펴버려. 꽃이 수북허니 싹 덮어부러 갖고 이파리는 하나도 안벼(안보여). 짝 피문 말도 못하게 환혀."

그렇게 꽃피워 반가운 손님 불러들이는 나무. 눈이 내렸나? 구름이 걸렸나? 봄 지날 똥 말 똥, 여름 올 똥 말 똥 되면 온통 흰 꽃을 피워내는 것이 바로 이팝나무다. 아직 꽃이 활짝 피지 않았는데도 소복소복, 수북수북하다. 새하얀 꽃이 초록의 나뭇잎과 어우러진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 하늘에서 보면 둥둥 떠 있는 섬 같겠다.

"날 좋으믄 일주일 십일도 간디, 궂어 불믄 금방 떨어져. 꽃 떨어질때도 좋아. 수두룩 눈 나리는 것 같어."

이팝나무는 우리나라 토종 나무인데 이 나무를 처음 본 서양인들은 나무에 눈이 내린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서양에서는 이팝나무를 '눈꽃나무'(snow flower)라고 부른다.

"꽃이 후북허믄 풍년, 깨잘깨잘 피믄 흉년 우리는 원래 이밥나무라고 했어."

"진짜 희거니(하얗게) 쌀밥 담아논 것 같어. 반지르르 뜸 잘 들여놓은 밥덩어리. 고봉밥도 저런 고봉밥은 없제. 넘의 집(남의 집) 모심으러 가믄 심덕 좋은 부인네들은 쌀 안 아끼고 모밥을 가득 담아준디 영락없이 그 모양이여."

전라도 분인 시어머니 말씀처럼 이팝나무는 '이밥나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밥'의 발음이 변해 '이팝'이 된 것이다. 지역에 따라 니팝나무, 니암나무, 뻣나무라고도 한다. 이름에 대해 또 다른 얘기는 '입하(立夏) 때 핀다'하여 '입하나무'로 불리다 이팝나무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영국의 식물학자 린들리와 택스턴이 함께 붙인 이팝나무의 학명은 '치오난투스 레투사'(chionanthus retusa)인데 여기서 속명 '치오난투스'는 흰 눈을 뜻하는 '치온'과 꽃을 뜻하는 '안토스'의 합성어로 '하얀 눈꽃'이라는 의미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팝꽃이 일시에 화려하게 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가뭄이 심한 해라고 하여 우리 선조들은 이팝나무를 신목으로 여겼다.

강렬한 전율을 느껴야만 감동인가, 이팝나무는 조용하게 사각사각거리며 눈 내리듯 은은하게 다가온다. 이팝나무꽃은 그런 꽃이다. 화려하고 헤프지 않다.

그 고택에는 툇마루가 있었다. 잠시 누워 온통 하얀 이팝나무와 노을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곳에서 꿈과 현실의 경계가 아득해지는 행복을 경험했다.

김해숙(다사꽃화훼단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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