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림받은 동물들] 유기견 현실과 실태

집 쫓겨나 보호소에…열흘 지나면 안락사 대상

한때 어엿한 가족의 일원으로 사랑받던 반려동물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한 해에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10만여 마리. 사랑받던 반려동물이 '주인이 싫증이 나서' '병이 나서' '털이 많이 빠져서' 등의 이유로 거리에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해 버려지는 동물 10만마리 넘어

대구시 남구 대명10동의 주택가에 자리 잡은 (재)한국동물보호협회 한국동물보호소에는 버려진 개 50여 마리와 고양이 100여 마리가 보호를 받고 있다. 보호소 안으로 들어서자 강아지들이 서로 달려들어 껑충껑충 뛰는 등 난리다. 그중 몇몇 강아지는 빙빙 돌면서도 간식을 받아먹지 않는다. 야생생활을 오래 한 탓에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다. 이곳 문주영 팀장은 "오랫동안 바깥에서 생활하다 보면 사람 눈치를 보고 약아지게 마련"이라고 했다.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동물보호 관련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개는 5만8천여 마리, 고양이는 4만2천여 마리가 버려지고 있다. 다른 동물도 1천여 마리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개를 입양했지만, 키우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유기'라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대'소변으로 인한 악취와 짖는 소리는 키우는 사람이나 이웃에게 큰 골칫거리. 털갈이도 큰 부담이다. 또 견공들의 생태적 특성이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도 있다. 마음껏 달리고 사냥을 하는 유전적 특성을 갖고 태어난 녀석들을 좁은 방안에서 충분한 운동도 시키지 않은 상태로 키우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스트레스는 가재도구 파손 등의 문제로 이어지고. 이를 견디지 못한 주인들은 결국 사육을 포기하게 된다.

야생생활을 오래 한 개의 경우, 각종 피부병에 감염되거나 교통사고 등을 당해 다친 경우가 많다. 이런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에게 병을 전염시킬 우려가 있거나 소생불능의 병을 앓고 있어서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

문 팀장은 "병든 동물을 고통 속에 버려두는 것보다는 안락사시키는 것이 훨씬 인간적"이라고 말했다.

◆보호비 마리당 8만원…年 100억 넘어

대구시에 따르면 2011년 대구에서 버려진 반려동물 4천700여 마리 가운데 개는 2천100여 마리, 고양이는 2천500여 마리, 기타 60여 마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주인에게 인도된 개는 230여 마리, 입양된 반려견은 330여 마리에 불과했다. 개와 고양이 1천500여 마리는 안락사됐다. 경북의 경우 2011년 버려진 동물은 3천600여 마리로 2010년 3천200여 마리에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개는 2천700여 마리, 고양이 930여 마리, 기타 30여 마리로 집계됐다.

주인에게 인도된 동물은 260여 마리, 1천여 마리는 입양됐다. 700여 마리는 안락사 됐다. 이는 행정기관에 보고된 숫자에 불과하다. 실제로 희생된 동물은 공식집계의 몇 배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동물 보호소로 들어온 동물은 10일 안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시킨다.

유기견을 보호하기 위해 투입되는 관련 예산도 작년 대구시 3억7천여만원, 경북 1억6천여만원에 달했다. 한 마리당 평균 7만~8만원가량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렇게 버려진 동물들을 보호하고 안락사시키는 데 드는 정부 비용만 한 해 100억원이 넘는다. 문 팀장은 "경기 불황 때문인지 갈수록 보호소로 들어오는 유기견이 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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