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까지 대한민국 호(號)를 이끌 제18대 대통령 선거일(12월 19일)이 꼭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지난 4'11 총선과 함께 우리나라의 정치질서뿐 아니라 국가의 나아갈 바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막중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선진국 진입의 주춧돌을 놓을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야는 아직도 '샅바 싸움'에만 함몰돼 있다. 대선후보의 윤곽은커녕 후보를 선출할 규칙조차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가 비전을 둘러싼 치열한 정책 대결은 선보이지 않은 채 이미지만 앞세운 '인기투표'에 매달리는 꼴이다.
올해처럼 총선과 대선이 겹친 1992년 14대 대선의 경우 여야는 5월에 김영삼'김대중 후보를 확정했다. 15대 때는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5월에 김대중 후보를, 여당인 신한국당이 7월에 이회창 후보를 확정했다.
반면 17대 대선 때는 한나라당이 8월에 이명박 후보를 확정했지만 여당의 정동영 후보는 10월에 결정됐다. 또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9월에야 노출되면서 17대 대선은 후보 검증이 가장 부실했던 대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5월 10일, 박근혜 후보는 6월 11일 출마를 선언했다. 올해의 경우 런던올림픽(7월 27일~8월 12일)이 대선 정국과 겹쳐지면서 후보 확정이 더욱 늦어질 전망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대선 정국이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 1, 2위를 다투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정중동 행보 때문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가 원칙론을 고수하면서 새누리당 경선은 활력을 잃었고, 안 교수가 정치 무대 전면 등장을 늦추면서 야권에선 '다단계 경선' 논의만 무성하다.
더욱 큰 문제는 여야의 대선 후보 확정이 늦어질수록 후보에 대한 국민의 검증 기회는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우리보다 먼저 대선(11월 6일)을 치르는 미국은 지난 5월 말 공화당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맞상대로 확정됐지만 후보 확정이 너무 늦었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2007년 박근혜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후보 결정이 늦춰질 경우 철저한 검증 없이 곧바로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둘러싼 룰 싸움은 새누리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불확실성이 불안으로 확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 입장에서 볼 때 후보들의 비전을 전혀 모른 채 '주마간산(走馬看山) 식 선거'로 내몰릴 경우 중도층이 기성 정당들을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않다. 현실 정치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엄기홍 교수는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선거전략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매번 대선후보들이 규칙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한국정치의 후진성이라고 폄훼한다면 젊은층의 정치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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