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7일 꼬박 일해도 100만원"…화물·건설 근로자들의 절규

화물차주 정 모씨
화물차주 정 모씨
택배기사 송영식씨
택배기사 송영식씨
굴착기 기사 임 모씨
굴착기 기사 임 모씨

"겉으로 보이는 운송료는 많지만 뒤로는 적자인생, 돌려막기 인생입니다."

25일 파업에 들어간 화물차와 건설 중장비 기사들은 운송료와 임금은 10여 년 전과 비슷한데 급등한 유류비와 물가, 차량(중장비) 할부금, 복잡한 하도급 구조 등으로 최저 생계비는커녕 최소한의 생활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화물차주, 건설기계 중장비 기사와 개인 택배 기사들의 힘겨운 삶을 들어본다.

◆화물차주 정 모씨

"총파업에 참여는 않지만 차량은 멈췄습니다. 심정은 화물연대 노조원과 같기 때문이죠."

화물차주 정모(40) 씨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화물연대 파업일인 25일 대부업체에서 1천만원의 생활비를 대출받았다. 지난 6개월 동안 적자 운행을 했기 때문이다.

세 식구가 딸린 그가 한 달 27일을 꼬박 일해서 버는 돈은 850만원 남짓. 이 가운데 기름값이 400만원, 차량 할부액이 100만원이다. 식대와 통행료 100만원, 알선료 88만원, 지입료 27만원, 차량정비 및 부품값 100만원을 제하면 35만원이 손에 떨어진다. ℓ당 333원의 기름값 보조금액 66만원(월평균 2천ℓ주유)이 나오면 100만원을 겨우 채운다.

10년 전 포항부두에서 조선용 후판 운반단가는 t당 1천500원. 요즘은 2천원 정도하니 10년 동안 33%정도 올랐다. 반면 10년 전 ℓ당 600원대 중반이던 기름값(경유)은 현재 1천700원대까지 올라 2배가량 상승했다.

"차에 관련된 모든 것은 오르는데, 운송료만 움직이지 않아요. 우리가 살 수 없다고 몸부림 치는 게 당연한것 아닌가요."

정 씨는 운송업에 참여하는 비노조원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들 대부분이 대기업에 속해 있어요. 파업이 끝났을 때 불이익을 고려해 일을 하는 것이지, 마음은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동료들과 같습니다."

정 씨는 "원청업체가 운송업체에 지급하는 운송료가 단계를 거치면서 크게 줄어든 것도 화물노동자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라고 했다. 원청업체는 운송업체에 t당 4천원의 운송료를 지급하지만, 이것이 운송업체에서 운송업체로 이어지는 단계를 수 차례 거치면서 실제 차주가 받는 돈은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72시간 동안 쪽잠만 자고 일할 때도 많아요.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살 정도는 벌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포항'박승혁기자 psh@msnet.co.kr

◆"파손 땐 한달 번돈 날려" 택배기사 송영식씨

"빚 없이 살기만 바랄 뿐입니다."

택배기사 송영식(45) 씨는 25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송 씨가 하루 평균 처리하는 배달 물량은 150~200건이다. 오전 6시부터 배달을 시작했지만 차 안에는 여전히 물건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는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10, 11시쯤 퇴근한다. 배달물량이 워낙 많아 아파트는 집집마다 전달하지 못하고 경비실에 맡긴다. 고층 아파트는 한번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5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송 씨는 "택배기사 일을 시작했다가 3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오후 11시까지 일해서 버는 돈은 하루 5만원가량이다. 건당 택배비 2천500원 중 배달 수수료는 500~700원. 택배회사는 배달수수료에서 부가가치세와 송장용지 비용을 떼고 350원을 택배기사에게 준다. 송 씨의 영업사무실 기사 4명이 한 달 동안 버는 수입은 약 700만원이다. 배달 차량 연료비와 사무실 임대료, 운영비 등의 비용을 떼면 한 사람당 100만원 정도를 받는다.

"배달 수입으로 사무실 운영비를 겨우 내는 형편입니다. 택배회사에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계약을 해지할까 봐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택배물품 분실과 파손은 고스란히 택배기사들의 몫이다. 특히 50만원이 넘는 고가물품이 분실'파손됐을 경우 택배기사가 입는 타격은 크다.

송 씨는 "분실과 파손의 경우 전적으로 배달 기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며 "고가물품이 분실되거나 부서지면 변상해야 하기 때문에 1달 이상 생계가 곤란해진 적도 많다"고 털어놨다.

"열심히 일한 만큼 수입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누가 이 일을 오래 하려고 하겠습니까. 다른 일을 찾기도 힘들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이 일을 계속 해야 합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공사금 수천만원 못받아" 굴착기 기사 임 모 씨

"일한 대금을 주지 않는 건설사에 맞서 싸우고 있지만 자신이 없습니다."

굴착기 기사 임모(37)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 말까지 대구 달성군 옥포면 본리지구 농지 리모델링 사업장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임 씨는 지난 1월 이후 일한 대가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대구의 한 건설사는 임 씨에게 2, 3월 대금을 한꺼번에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임 씨는 건설사의 말을 믿고 계속 일을 했지만 결국 돈을 받지 못한 채 공사는 끝나고 말았다.

임 씨가 4개월 동안 받지 못한 임금은 2천300만원. 피해자는 임 씨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중장비 기사 7명도 지난 2월부터 일한 대금을 받지 못했다. 8명의 기사들이 받지 못한 돈을 다 합치면 모두 1억5천만원이나 됐다.

임 씨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일을 시작해서 믿고 일을 했는데 열심히 일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나니 꼭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고 분개했다.

임 씨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자신 소유의 포클레인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포클레인에 들어가는 기름값 등 유지비는 모두 임 씨가 부담해야 했다. 지난겨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에 일어나 100km의 거리를 매일 왕복하며 4개월 동안 열심히 일을 했지만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임 씨는 "하루에 기름값만 최소 10만원 정도 들어가기 때문에 일당을 받지 못하면 계속해서 일 할 수가 없다"며 "돈이 없어 카드만 사용하다 보니 카드 대금을 메꾸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임 씨는 현재 돈을 지불하지 않은 건설사와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중이다. 법적 대응을 하려고도 했지만 공탁금이 너무 비싸 지불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건설사 측은 29일까지 정확한 답변을 주기로 약속했지만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 씨는 "중장비 기사들이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이번뿐만 아니라 자주 있는 일이다"며 "작년에도 수백만 원의 일당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