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 손가락에 피멍이 들 정도로 연습을 했습니다. 교도소를 나서도 새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0일 오전 10시 30분 대구 화원의 대구교도소 대강당. 15년 이상 장기 재소자들 중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8명이 모여 만든 밴드 '어우름밴드'의 첫 공연이 펼쳐졌다.
400여 명의 동료 재소자와 교도관, 교정위원 앞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마음껏 펼쳐보였다. 어우름밴드의 단독 공연과 대구 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의 2부 공연, 어우름밴드와 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의 협연 등으로 1시간여 동안 공연이 이뤄졌다.
'희나리' '꿈의 대화' 등 7080세대들에게 익숙한 곡들이 연주되자 관객들은 함께 따라부르기도 했고, 곡이 끝날 때마다 연주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어우름밴드가 결성된 지 겨우 4개월. 짧은 기간에 공연을 성공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음악을 통한 교화에 관심이 있던 그랜드심포니오케스트라 박향희 단장에게 박종관 대구교도소장이 밴드 결성을 권유한 것이 발단이 됐다. 박 단장과 박 소장의 열의에 공감한 교정위원들이 악기를 지원했고, 박 단장은 기꺼이 재능 기부에 나섰다.
악보를 읽을 수 있는 장기수 중 기타'드럼'색소폰'트럼펫'전자오르간 연주자 8명을 선발해 밴드를 결성했다. 단원들은 하루 네 시간씩 맹연습에 돌입했다.
악기 연주 경험이 없었던 탓에 실수도 많았지만 단원들은 꿋꿋하게 버텼다. 김모(49) 씨는 "단원 대부분이 악기를 처음 만져보는 사람들이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새 삶에 대한 희망을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았고 힘들 때마다 서로 격려했다"고 말했다.
기타를 잡은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히고 피멍이 들었다. 트럼펫과 색소폰 연주자들은 입술이 부르트기도 했다. 음악 원곡 CD를 구할 수 없어서 교도소 내 노래방 기계로 원곡을 파악했다.
이날 공연은 그간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박 단장은 "악기도 처음 잡아보고 연습도 4개월밖에 못한 초보 연주자들이 실수 없이 완벽에 가깝게 연주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감격했다.
단원 정모(27) 씨는 "공연을 통해 인생을 많이 배웠다. 앞으로는 누구에게도 실망을 주지 않는 새 삶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며 "공연을 가족에게 보여주지 못했는 데 출소해서 가족들 앞에서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교도소장은 "현재 밴드에 보컬이 없는데 앞으로 실력이 더 쌓이면 보컬도 뽑고 더 나아가 봉사활동 차원의 외부 공연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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