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지금이 영화를 만들 때

이번 칼럼의 제목은 젊은 영화학도들이나 아직 20대인 영화 지망생들에게 필자가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영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텐데 굳이 이를 강조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필자가 그동안 경험하기에 영화계 밖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영화 관계자라 하더라도 본인이 영화를 연출해 보지 않은 이들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단편영화 하나도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선 완성된 시나리오 1편이 필요하고 이를 제작하고자 하는 연출자가 그 이야기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하며 작가의 세계를 온전히 구현해줄 각 부서의 메인 스태프를 찾아야 한다. 또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배우를 발굴해야 한다. 촬영장에서 담아온 영상을 온전한 작품으로 완성해줄 훌륭한 편집자를 비롯한 후반 작업 기술진 역시 필요하다.

이러다 보니 열혈 영화청년이라 하더라도 영화 1편을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다. 약해진 마음과 어려운 여건은 열정과 타협 사이에서 무게추를 점점 후자에 실리게 하는데 조금 더 조건이 갖추어지면 더 많이 배워서 또는 나이가 좀 들어서 만들겠다는 자기 합리화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은 나이가 들면 성장할지는 몰라도 그만큼 현실타협 의지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개인을 둘러싼 환경 역시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게 된다. 경제활동을 통해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사회적 역할 역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유독 30대에 접어들어 영화에 대한 꿈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영화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많은 인력과 절차가 필요한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취미로 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아직 젊다면 지금 이 순간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영화를 만들기 위한 자금도 없고 도와줄 스텝도 없고 변변한 시나리오 1편 쓰기 어렵겠지만, 역설적으로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만들 수 없다면 앞으로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바로 지금이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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