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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종교인이 왜 그리 야박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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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도량을 둘러보는데 트럭 한 대가 대문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걸 그냥 두면 새벽 기도 때 차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저는 차주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차가 대문을 막고 있는데요." 상대방은 다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대문 앞에 놔둔 콘크리트 덩어리 때문에 차를 댈 수가 없어서 거기 세웠습니다."

이 대답에 대한 설명을 했습니다. "콘크리트는 대문 양쪽 가까이 차를 세우면 통행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둔 겁니다." 그러자,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건 저도 압니다만, 종교인이 왜 그리 야박합니까?"

'야박하다니!' 저는 이 느닷없는 말에 당황하여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음…, 그런 말을 들으니 좀 뜻밖이네요. 내 딴에는 우리 동네를 위해서 한다고 하는데…."

몇 초 지나지 않아 건너편 알루미늄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40대 중반의 남자가 나왔습니다. 선량해 보이는 그 남자는 제게 다가와 꾸벅 인사하더니 말했습니다.

"제가 야박하다고 한 건 절 대문을 닫는 것이 잘못됐다 이겁니다. 동네 사람들은 주차할 곳이 없어서 주변을 몇 바퀴 돌면서 빈자리를 찾는데, 이 넓은 마당을 비워두고 대문을 잠가버리니까 야박하다고 한 겁니다."

전 또 대답했습니다. "주차 문제로 지역 주민들이 불편해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절에 차를 세우더라도 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절은 목조건물이라서 화재에 취약하기 때문에 밤새도록 대문을 열어놓을 수는 없습니다. 대문을 8시에 닫고 새벽 4시 반에 여니까 오후 8시 이전에는 누구든지 차를 세울 수 있습니다."

그 남자의 태도는 눈에 띄게 누그러졌습니다. 그는 얼마간 차를 세워야 하니 그 기간 동안 차를 세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주차는 언제든지 좋습니다."

이제부터 정다운 대화가 이어졌다. "제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 대부분 8시가 넘습니다. 대문을 좀 늦게 닫으면 안 됩니까?" "그건 어려우니까 대신 열쇠를 드리지요. 그러면 자물쇠를 열고 들어오시고 대문을 도로 잠가 놓으시면 됩니다." "야박하다고 말해서 죄송합니다."

그 남자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더니 차를 절 마당으로 옮겨두고 돌아갔습니다. 며칠 후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저는 약속대로 열쇠를 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는 한동안 거의 날마다 절에 트럭을 세웠습니다.

어떤 사람은 대문 닫는 걸 야박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풍경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합니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산다는 것, 참 쉽지 않습니다.

앞산 보성선원 주지 한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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