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접대골프의 모든 것…1만원짜리 토시 선물 '부담없는 센스'

을은 서럽다. 누구는 항상 갑이고 왜 누구는 항상 을만 할까? 갑이 되고 싶다면 을의 역할을 잘해야 한다. 그래야 지긋지긋한 을을 벗어나 멋있는 갑이 된다. 그게 갑을이 공존하는 인생이다. 골프장에서도 갑을은 존재한다. 여기서도 갑은 갑이요, 올은 을이다. 을은 갑 아래에 있다. 그게 바로 접대골프다.

이번 호에는 접대골프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말하자면 접대골프 잘 치는 법이다.

우선, 뭐라도 특별한 것을 준비해라. 장갑도 좋고, 티도 좋고, 계절에 따라 토시도 좋고 목폴라도 좋다. 분위기는 시작도 하기 전에 좋아지지 않겠는가? 알까기골프의 저자 윤선달 씨 역시 소품 선물의 달인이다. 그는 너무나 다양한 선물을 준비한다. 단가는 대부분 한 개당 1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래도 그는 언제나 환영받는 동반자다.

두 번째. 골프장에 먼저 도착하라. 평소에도 티오프 시간보다 적어도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을의 입장이라면 갑의 도착 시간보다 적어도 10~20분은 앞서야 한다. 갑에게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한다. 단 10분만 일찍 서둘면 돈으로 바꿀 수 없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세 번째. 일부러 져 주는 인상을 주어서는 절대 안 된다. 특히 그린에서 퍼팅으로 스코어를 조절하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다. 표시가 나도록 퍼팅을 잘못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갑에 대한 과도한 OK(컨시드)도 금물이다. 오히려 갑의 마음을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서 치면서도 지는 방법이 있다. 바로 페어웨이에서 그린으로 치는 샷을 잘 치는 것이다. 한 클럽 긴 채를 잡아서 풀샷을 치면 된다. 너무 잘 맞으면 십중팔구 오버이거나 오비가 나게 돼 있다. "오늘 아이언이 너무 잘 맞는다"거나 "이상하게 아이언 거리가 늘어난 것 같다"는 말 한마디가 뒤따르면 완벽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갑도 기분 상할 리가 없다.

네 번째. 입이 무거워서는 안 된다.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사람처럼 표정을 지으면 곤란하다. 우선 적당한 골프 유머는 한두 개는 준비해야 한다. 갑을 골프 외의 다른 것으로도 즐겁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적당한 수준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터져 나오는 유머는 모든 것을 커버하고도 남음이 있다. 또한 갑의 샷에 대한 아낌없는 찬사도 필요하다.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하지만 칭찬은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더 낫다. 특히 '굿샷' 두 글자를 아끼지 마라. 여기서 꼭 명심해야 할 한 마디는 '칭찬을 하되 조언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골프를 조금만 친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 것이다.

다섯 번째. 상대방의 스코어를 세지 마라. 골프는 원래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기 플레이에 대한 심판도 자기 자신이다. 갑이 어려움에 처하면 내 일처럼 발벗고 도와줘야 한다. 그러나 스코어 계산은 해주지 마라. 괜히 나섰다가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 이는 갑과의 골프뿐만 아니라 동급의 동반자에게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애프터서비스다. 헤어진 후 이메일이나 문자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어떤 말보다 효과가 좋다. 인사를 받은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을의 입장에서 갑을 모셔야 하는 접대골프. 이 원칙만 따른다면 '어렵지 않아요'.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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