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정도 많은데 시간 배려를 해주니 더 뜻깊은 졸업식이네요."
14일 오후 6시 15분. 졸업식이 열리는 시각으로는 다소 늦은 때지만 대구 북구 대현동 신암초교는 3년째 이 시간에 졸업식을 가졌다. 더 많은 가족이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도 거쳤다. 60% 이상이 찬성했다.
오전이 아닌 오후 졸업식 등 이색 졸업식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일부 학생 대표들의 낭독 대회 형식으로 진행되던 졸업식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 졸업식은 학부모에게 졸업장을 주는가 하면 타임캡슐 묻기, 꿈 발표회 등 미래지향적인 졸업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준비한 공연은 기본이다.
이날 신암초교 졸업식은 시간대를 바꾼 이색 졸업식이었다. 오전이 아닌 오후에 여는 졸업식이어서 이름도 '신암 달빛 졸업 축제'다. 종전과 달리 가족 참석자가 3배 이상 늘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특히 아빠들의 참석이 늘었다. 큰딸의 졸업식에 참석한 학부모 정건영(44) 씨는 "나도 이 학교를 30년 전에 졸업했다. 오늘 졸업식과 그때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특히 가족 참가를 위해 시간 배려를 해줘 졸업식이 더 고맙게 느껴진다"고 했다.
오후 6시부터 졸업장 수여, 축하공연, 촛불의식 등의 순서로 3시간 동안 진행된 졸업식에는 직장에서 막 퇴근해서 온 학부모 등 졸업생 가족 600여 명이 식장을 가득 메웠다. 밤 9시를 넘겨 마지막 순서로 59기 신암초 졸업생 160여 명이 졸업식 노래 '이젠 안녕'을 합창하자 축제 분위기로 달궈진 졸업식장은 이내 숙연해지고 말았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겠지요'라는 구절에 이르자 몇몇 학생들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졸업장 수여 방식도 특이했다. 졸업장을 일일이 단상에서 졸업생에게 주면서 단상 옆 스크린에 학생의 장래희망과 좌우명이 적힌 프로필이 나오도록 했다. 이재순 교장은 "무궁무진한 꿈을 가진 게 아이들이다. 그 꿈을 되새기려는 의미에서 아이들의 프로필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담았다"고 설명했다. 6학년 담임 선생님들의 축하 공연도 졸업식 행사에 포함됐다.
이처럼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졸업식은 대세가 됐다. 음악회를 겸한 축제형 졸업식, 교복 물려주기를 겸하는 나눔 졸업식, 전통 한복이나 학사 가운을 졸업식 때 입는 졸업식 등 학교별로 다양한 형태의 졸업식이 등장하고 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졸업식은 원래 학생의 것이었다. 이제야 학생들의 것으로 점점 돌아가고 있고 대세로 흘러가고 있다"며 "학생이 주인공인 졸업 문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교육청도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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