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흥과 경제민주화 기치를 내걸고 국가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려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관성적으로 해오던 하드웨어 산업에 치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16개 시도별 5대 국책 사업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SOC 사업에 편중돼 있고 연구 개발이나 소프트웨어 산업 등 지역의 체질 변화를 가져올 만한 사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는 새 정부 구상에 맞는 새로운 맞춤형 사업 발굴과 추진이 시급하다.
◆혈세 들여 땅만 파는 지방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로부터 최근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전국 16개 시도(세종시 제외)의 '2013년 5대 국책 사업'을 분석했다. 5대 국책 사업은 현재 추진 중인 사업으로 예산규모 순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르면 모든 지자체의 사업이 SOC 산업에 편중돼 있었다. 국가 돈을 끌어와 땅을 파고 건물 짓는 사업만 진행하고 있었다.
대구는 도시철도 3호선 건설 사업에 약 9천억원의 정부 지원금이 투자된다. 이어 1호선 서편 연장 건설, 측면도로 정비 사업, 동대구역 고가교 확장, 대구텍스타일 복합관 건립 사업에 6천억원 가까운 국비가 투입되는 등 모두 하드웨어 신축'보강 사업이었다.
서울과 부산은 각각 도시철도 9호선 3단계 사업과 도시철도 1호선 연장 건설 사업에 각각 5천억원에 가까운 국비가 투입됐다.
인천과 대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천의 경우 인천도시철도 2호선 사업에 무려 1조1천억원이, 대전은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500억원이 투자되는 등 5대 국책 사업 모두가 사회간접자본 투자 사업이었다.
인구가 많고 면적도 상대적으로 큰 도(道) 지역도 사회간접자본에 치중한 국책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경기도는 하수관정비 및 지방하천정비 사업 등이 주요 5대 국책 사업에 포함됐고 강원도는 원주~강릉, 춘천~속초 간 철도 사업이 주요 국책 사업으로 나타났다. 충북은 중부내륙선 보선 전철 사업에 무려 2조원이 지원되고 전남은 호남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1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SOC 사업만이 지방이 살길인가
5대 국책 사업이 사회간접자본에 쏠려 있는 곳은 재정자립도가 낮거나 높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지자체에 해당한다. 지방정부가 먹고살 길을 찾으려고 도로를 놓고 건물을 세우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 및 재정 전문가들은 하드웨어만 갖춘다고 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것은 오판이라고 지적한다.
대규모 혈세를 쏟아부어 건설된 하드웨어들이 쓸모없어지거나 오히려 지자체에 부담을 주는 일도 빈발하기 때문이다.
도태호 국토해양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부단장은 "지방 균형 발전의 하나로 추진된 공공기관 이전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이제 대부분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수도권의 공기업들이 대거 지방으로 분산됨에 따라 이들 기업의 건물들과 주변 도로 등 하드웨어 건설 계획은 마무리 단계"라며 "이제 지역은 이전된 공기업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역에 흡수해 지역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지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따른 하드웨어 산업에만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이전된 공공기관이 지역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흡수하는 소트프웨어적 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문화산업을 살리자
지방의 가장 큰 장점은 지역별 고유의 문화다. 이 문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지역의 먹을거리를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각 지역의 5대 국책 사업 가운데 경북과 전북이 차세대 동력 사업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눈에 띈다. 경북에 1천억원의 국비가 투입되는 3대 문화권 사업과 전북에서 1천600억원이 투입되는 국가 식품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그것이다. 3대 문화권 사업은 경북이 가진 문화와 역사를 복원해 글로벌 문화관광지로 발돋움하려는 경북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전북의 식품클러스터 산업은 음식 문화가 발전한 남도의 문화를 개발'발전시키려고 추진한 사업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5대 국책 사업으로 땅 파고 건물 짓는데 열을 올리는 동안 경북'전남 두 지역은 차세대 성장 동력의 축으로 문화를 선택한 것이어서 중앙 정부는 물론 뒤늦게 벤치마킹하려는 주변 지자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지방 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송언석 기획재정부 예산심의관은 "지역의 요구와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정부 예산의 책정 한계는 있으나 지나치게 하드웨어 산업만 키우다 보면 지역의 경쟁력은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며 "지방정부가 고유한 문화를 살리고 복지 등에 차별화한 시각을 갖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않으면 정부 의존도만 높아져 결과적으로 자생력을 상실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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