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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장사꾼들의 '실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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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MBA출신 저널리스트… 장사·세일즈에 관한 생생 보고

장사의 시대/ 필립 델브스 브러턴 지음/ 문희경 옮김

'마케팅 원론에는 없는 세일즈의 모든 것'. 이 책 표지에 실린 글이다. 이 표현대로 이 책에는 고객이 다시 찾아오게 하는 방법, 구차하지 않고 우아하게 상대를 설득하는 법, 소비자가 안달이 나서 판매자를 조르는 사례 등 무언가를 팔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가 가득하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팔며 살고 있다. 현대는 상품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가치를 매겨 팔 수 있는 장사의 시대다. 이런 생각에서 저자는 출발한다.

저자 필립 델브스 브러턴은 방글라데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랐다. 1994년 옥스퍼드의 뉴 칼리지를 졸업하고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뉴욕 및 파리 지국장으로 일했다. 파리에서의 어느 날 전 세계 비즈니스 리더들을 배출하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직접 알아보기 위해 신문사를 그만두고 입시를 준비해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지원해 합격한다. 그가 체험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수업 내용과 내밀한 이야기를 다룬 '하버드 MBA의 비밀'은 출간 후 일약 경제경영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현재 '파이낸셜 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교과과정에 장사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세일즈 과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세일즈가 비즈니스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가장 치열한 전투이며, 매출과 이익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수단이라는 생각에서다. 또한 남을 설득하거나 일자리를 구할 때, 이성을 유혹하고 심지어 아이들에게 브로콜리 한 조각을 먹일 때도 장사의 기술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계 비즈니스 업계의 리더들을 기르는 하버드 MBA에는 세일즈 과목이 개설되지 않은 것이 궁금했다.

직접 장사와 세일즈에 관한 특별 수업을 엮어야겠다고 저자가 생각한 이유다. 그리고 흥미로운 여행길에 올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장사꾼들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다. 뛰어난 장사꾼들과 세일즈맨들의 이야기에는 고객을 끌어당기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가득했다.

이슬람 상인의 대명사인 모로코 상인들의 흥정술, 상품 정보를 이야기로 만들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홈쇼핑, 일본 보험 판매왕의 인맥관리술, 예술을 상업화해 우아하게 돈 버는 미술상의 노하우, 땡전 하나 없는 이민자들이 맨몸으로 생존하기 위해 펼치는 다부진 영업의 현장을 통해 교과서와 강의실에서는 배울 수 없는 세일즈의 진면목을 소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기서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는 강인함은 어디에서 오는지, 사람을 끌어당기고 설득하는 장사꾼의 구애본능은 어떤 것인지, 단돈 1달러를 벌기 위해 무엇까지 해야 하는지,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와 삶의 기술을 담고 있다.

세일즈는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구차하거나 사람을 귀찮게 하는 어떤 것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대학에서도 세일즈 과목은 잘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인생은 세일즈와 같다. 우리는 살아가며 모두 무엇인가를 팔고 사며 살고 있다. 이 책은 세일즈맨과 세일즈에 대한 오해를 벗겨 내고 그들의 판매 경험과 사례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우리 시대 치열한 장사의 현장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생생한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팔고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과정에서 자신을 다잡고, 원하는 것을 얻어냈는지에 관한 인생의 기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세일즈에 관한 문화인류학이며, 온전히 자기 힘만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자본주의의 고독한 전사들의 속내이며, 위대한 판매의 달인들이 펼치는 '설득 심리전'의 생생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책에 대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채소 먹이기를 '팔고', 기자들은 데스크에게 가장 새로운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팔고', 대학 총장들은 새로운 기부자들에게 그들 제도의 필요성을 '판다'. 저자는 우리의 삶이 서로 사고파는 관계임을 보여주며, 성공하는 세일즈맨들은 회복력이 강하고 낙관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려준다"고 평했다.

347쪽, 1만5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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