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결혼식 대신 문화공연으로 하객들에게 보답하고, 결혼식에서 받은 축의금과 축하물품은 복지재단에 기부했다. 한 술 더 떠 신혼여행 대신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린 정휴준(36'대구가톨릭대 음대 산학협력교수)'정지은(34'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임의) 씨 부부가 이 사연의 주인공이다.
1일 오후 대구 경일여고 우봉아트홀에서는 정 씨 부부와 친인척, 지인 등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작은 나눔의 실천 웨딩콘서트'가 열렸다. 간단한 예식행사가 끝나고 바로 음악회가 시작됐다.
음악회는 이들 부부의 지인과 문화예술인들이 재능기부 형식의 무료공연으로 마련됐다. 하객들은 열인남성중창단, 대구가톨릭대 음대 세실리아 여성중창단, 김혜경 예원오페라 단장 등이 펼치는 수준 높은 공연을 감상하며 부부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1시간 동안 계속된 음악회가 끝날 때까지 하객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공연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 결혼식을 지켜본 하객 정문현 씨는 "결혼식장이 아니라 문화공연장 같아 신선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정 씨 부부는 신혼여행 대신 봉사활동을 위해 부산 초원의 집 양로원을 찾았다. 기자가 방문한 3일, 부부는 폐가전'가구 등을 들어내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인근 모텔에서 잠을 자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틀간 대청소 봉사활동을 했다.
나눔의 결혼식은 고비용의 결혼문화를 저비용과 나눔의 문화로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신랑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했다. 양가 부모와 가족들이 협의해 예물'예단'혼수'폐백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웨딩촬영은 사진 5장으로 끝냈다.
결혼식 날 화환 대신 보내온 쌀 20㎏짜리 42포와 라면 130박스는 음악회 헌금 300만원과 함께 저소득층과 복지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축의금도 부모님과 상의해 결혼식 부대 비용을 제외하곤 휠체어, 의료용품 등을 구입해 복지시설에 기증할 예정이다.
부산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봉사활동을 하던 이들 부부는 "하객들에게 식사 대접을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식사 비용을 아껴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고자 했다"며 "건강한 소비로 사회에 환원하는 다양한 웨딩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랑 정휴준 씨는 대구에서 7년 전 설립한 작은나눔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다.
글'사진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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