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잇단 '연탄 폭발' 어떻게 이런 일이…

이물질 완전 제거할 수는 없어, 발파 화약 포함 되었을 가능성

대구 남구 이천동 한 가정집 거실에서 난로 안에 들어 있던 연탄이 가열돼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연탄과 화덕 파편.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남구 이천동 한 가정집 거실에서 난로 안에 들어 있던 연탄이 가열돼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연탄과 화덕 파편.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연탄이 폭발했어요."

김경자(가명'53'여'대구 남구 이천동) 씨는 이달 3일 오전 1시쯤 자다가 깜짝 놀라 깼다. 거실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난 것. 연탄 한 장을 갈아 넣고 잠이 든 지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김 씨는 화장실 변기 뚜껑이 떨어지는 듯 '딱'하는 소리에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이미 잠에서 깬 김 씨의 애완견이 연탄난로를 바라보면서 으르렁대고 있었다. 지은 지 40년 된 낡은 집의 외풍 때문에 거실에 설치한 난로 뚜껑을 여는 순간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시커먼 연탄가루가 김 씨의 얼굴과 거실을 뒤덮었다. 놀란 김 씨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서 밤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김 씨는 "평생 연탄난로를 써왔지만 연탄이 폭발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너무 놀란 나머지 그 후로 연탄보일러도 끄고 지냈지만 인명 피해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6일 찾은 김 씨의 집은 폭격 맞은 전쟁터와 흡사했다. '연탄 폭탄'이 폭발한 지 3일이 지났지만 벽면에 검은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집기, 화분 등에는 연탄조각이 내려앉아 있었고, 옷가지와 침구 등은 검은 가루를 뒤집어썼다. 난로의 옆면은 폭발 충격으로 터져 있었고 안쪽 토관도 조각이 나 있었다.

연탄 폭발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안전 대책은 전무하다. 연탄 폭발은 지난해 12월 문경과 올 1월 영천 등에서도 일어났지만 폭발 원인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폭발 잔해에서 뇌관(발파에 사용하는 폭약제에 연결하는 기폭장치)이 발견된 경우가 있어 폭발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탄광에서 발파에 사용된 화약 성분 중 폭파되지 않은 일부가 뇌관 등에 붙어 있다가 연탄 제조 과정에 포함될 수도 있다. 연탄 제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섞여 들어간 폭발성 물질이 불붙은 연탄과 함께 가열되면 연탄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2011년 연탄 소비량은 182만t. 대한석탄공사는 한파와 에너지 절약 열풍이 불었던 지난겨울에는 소비량이 더욱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탄은 겨울철 난방을 위해 사용되기도 하지만, 음식점 등에서 구이용 연료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연탄이 폭발하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낼 수도 있다.

해당 연탄 제조사 관계자는 "연탄 제조 공정 중 분쇄 과정을 거치면 이물질도 가루가 되기 때문에 위험성이 낮고, 화약 성분이 없는 한 폭발 가능성이 없다"며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까지 김 씨의 연탄 난로에서는 폭발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아 폭발 원인에 대해 짐작만 할 뿐이다"고 말했다.

대한석탄공사 관계자도 "자석으로는 쇠붙이만 거를 수 있어 뇌관을 만드는 구리 등 기타 금속 성분은 연탄에 포함될 수도 있다"며 "사용자들의 안전을 위해 채탄'선탄 과정 등을 거치며 최대한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