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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동에서] WBC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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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의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다. 기자는 모 코치에게 올 시즌 두각을 나타낼 만한 신인선수를 꼽아달라 부탁했다. 코치는 고개를 저으며 "없다"고 했다.

해마다 삼성엔 10명 안팎의 신인선수가 들어온다. 나름 경쟁력을 갖췄기에 그 어렵다는 프로구단의 부름을 받는다. 그런데도 '즉시 전력감이 없다'는 코치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코치는 삼성이 좋은 성적을 거둬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순위가 뒤로 밀린 탓도 있지만, 전반적인 고교야구의 부실을 이유로 들었다. 전국의 아마추어 야구현장을 찾아다니는 스카우트의 보고서 역시 코치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시 전력감은 없고 2, 3년은 더 내다봐야 한다는 글이 진하게 쓰여 있다. 그나마도 지명순위가 높은 선수의 경우다.

고교야구의 부실은 성적으로 입증됐다. 지난해 이정훈 감독이 이끈 한국 청소년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대회서 우승을 노렸으나 세계 야구의 벽을 실감하며 5위로 대회를 마쳤다.

고교야구의 수준 저하는 프로야구의 신인 기근 현상, 질적 저하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프로야구는 2007년 김광현(SK) 이후 특급 고졸 신인선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고졸 신인 최대어 하주석(한화)은 70경기에 출전해 타율 0.173에 그쳤고, 2011시즌을 앞두고 7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왼손 투수 유창식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신인왕은 중고 신인의 몫이 됐다. 지난해 신인왕 서건창(넥센)은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후 2011년까지 1군 기록이 없었다. 2008년 신인왕 최형우(삼성), 2009년 이용찬(두산), 2010년 양의지(두산), 2011년 배영섭(삼성) 등도 입단 후 2군에서 기량을 쌓고서야 두각을 나타냈다. 순수 신인왕은 2007년 임태훈(두산)을 끝으로 대가 끊겨버린 상황이다.

이는 프로 선수층이 그만큼 두꺼워졌다는 것일 수 있으나 현장에서는 신인들의 실력 저하 쪽에 무게를 더 둔다.

특급 신인선수 부재에 골머리를 앓던 삼성은 아예 예비전력 양성 쪽으로 눈을 돌렸다. 대어가 없으니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코치는 "프로야구가 9구단에 이어 10구단의 틀을 갖추며 번창하고 있지만, 인재창고가 될 아마추어는 팀이 감소하고, 실력도 떨어지니 이는 프로야구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고 머지않아 이 문제가 이슈가 될 것이다"며 한숨을 늘어놓았다.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아 그의 예견이 현실로 나타났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서 한국은 네덜란드에 영봉패를 당한 끝에 8강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보따리를 쌌다. 앞선 1'2회 대회 4강 진출과 준우승,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감격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형편없는 경기력, 세계야구 추세에 뒤처진 한국야구의 현주소를 목격하며 허탈해했다.

700만 관중 시대를 열고, 10구단의 틀을 갖추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겠다는 프로야구계는 당장 그 여파가 올해 프로야구에 불어닥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애써 일궈낸 프로야구의 열기가 신기루처럼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프로야구의 근간을 다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연고지 우선 지명권(1차 지명'2010년 폐지)의 부활이다. 그래야, 연고지 팀에 대한 프로구단의 관심과 지원이 늘어 아마추어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 프랜차이즈 스타 탄생의 길도 열어 안정된 팬 확보도 가능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조만간 이와 관련 세부안을 확정하겠다 했지만, 연고권 분할을 두고 각 구단의 힘겨루기로 진통을 겪고 있다. 슬기로운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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