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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백일장] 수필-느리게 그리고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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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대구 수성구 수성1가)

"족저근막염입니다. 물리치료 열심히 하시고 오랜 시간 걷지 마세요."

생소한 병명이다. 들어 본 적도, 아파 본 적도 없는 이 낯선 아픔에 잠깐 한숨이 나왔다. 얼마 전 가까운 친구와 대마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친구도 나도 처음 외국 나들이를 갔기에 부푼 마음으로 여행지를 둘러보다 계획에도 없는 곳을 찾아다니며 쉼 없이 바쁘게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걷고 또 걸었다. 언제 다시 올 수 있겠나. 힘든 것도 나중에는 추억이 된다는 적당한 합리화를 만들면서.

하지만 그 무리한 추억 쌓기는 발을 한 발짝씩 옮길 때마다 기분 나쁜 통증을 수반해 나를 괴롭혔고 허탈한 후회를 남겼다. 과욕을 부린 어리석은 걷기가 아무래도 원인인 듯했다.

마음만 먹으면 다시 가 볼 수도 있고, 그곳의 모든 것을 봐야 하는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느리게, 천천히 걸으며 이곳저곳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관찰했다면 내 눈과 마음으로 보석과 같은 많은 것을 보고 기억했을 것이고, 더구나 내 발의 물씬한 고단함도 덜어주었을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가 지금도 진행중이다.

매섭게 춥던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나가서 걷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봄 꿈을 꾸듯 건강하고 싱그럽게 걷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단, 느리게 또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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