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돌직구'라는 제목의 카톡 문자 시리즈 중 한 토막. '엄마, 치킨튀겨줘'-'공부나해라'-'아구찜해줘.볶음우동.봉골레스파게티해줘'-'서울대가줘.고려대가줘.연세대가줘'. 아이 투정을 그대로 되받아치는 엄마의 센스가 돋보인다는 평이 나올 만큼 재미난 대화다.
이의 1960, 70년대 버전은 어땠을까. "엄마, 책값" 하며 손 내밀면 모든 게 통했다. 용돈이 급할 때 가장 잘 먹히는 수법으로 "책…" 하면 대다수 부모님들은 빠듯한 사정에도 쌈짓돈을 꺼냈다. 십중팔구 거짓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책이라는 말 한마디에 의심은 즉시 무장해제, 책의 위력은 그만큼 셌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 부모에게 '책'이라는 말은 '읽는다' '공부한다'와 동의어였다. 자식이 빈말이라도 책을 가까이하겠다는데 말릴 부모 없고, 당장 땟거리가 걱정돼도 책값이 우선이었다. "엄마, 책…"이라는 말에 "공부나 해라"며 돌직구를 날릴 만큼 강심장 부모가 있었을까.
책에 대한 속담과 격언은 무수히 많다. 19세기 미국 교육가 오스틴 펠프스는 '낡은 외투는 그냥 입고 새 책을 사라'고 했다. 17세기 영국 시인 조지 허버트는 '책을 한 권만 읽는 자에게 화 있을 것'이라는 무서운 말을 남겼다. 8천500여 책(약 2만 권)의 고서를 소장한 인수문고(仁壽文庫)로 유명한 달성 화원의 남평 문씨 문중에는 '독서와 학문을 하루도 폐하지 말 것, 가벼이 빌려주지 말며 자손 중 한 권 책이라도 횡령한 자는 본당 출입을 금한다'는 규약까지 만들어 전하고 있다.
요즘 대학생, 사회 초년생들에게 책 읽기가 '언제 적 얘기'가 되고 있다는 뉴스다. 스펙 쌓기에 급급해 독서를 멀리하면서 청년 독서율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교육개발원이 2011년 전국 202개 대학 도서관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대학생 1인당 책 대출 건수가 연간 1회에도 못 미쳤다.
이 때문에 각 대학이 독서 장려책으로 노트북 등 고가의 경품까지 내거는가 하면 인기 도서만 따로 모은 베스트 열람실을 설치하는 등 유인책이 갖가지다. 한 대학에서는 야식이나 매트리스를 가져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밤샘 독서' 이벤트까지 벌이고 있다. 독서 진작을 위해 동원된 갖가지 묘수가 기발하지만 '책 속에 미래가 있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책 읽기와 동떨어진 현 세태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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