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朴 정부에서의 지방 위상

신정부 출범 이후 '지방민'으로서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신정부의 로드맵이나 장관과 청와대 인선에서 '지방'을 고려한다는 느낌을 찾아볼 수 없었던 탓이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은 물론이고 역대 정부에서 집권 초반 '지방 살리기 프로젝트'는 필수 과제였다. 대규모 지역별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경제권별 특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장관이나 청와대 인선에서도 '지방' 배려는 필수 항목이었다. 구색 맞추기란 비난도 있었지만 영남과 호남, 그리고 수도권 인재를 적절히 기용했다. 영호남 갈등,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지방 정책'은 빠질 수 없는 통합의 한 방안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달랐다. 장관과 청와대 수석 인선 발표 때마다 '수도권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울 내각'이란 비난이 쏟아졌지만 박 대통령은 묵묵하게 서울 출신이 중심인 추가 인선을 발표했다. 좁은 나라에서 서울과 대구, 광주 출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갈수록 커지는 지방에서는 다를 수밖에 없다. 지방의 어려움과 사정을 모르는 장관과 청와대 수석들이 과연 지방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집권 초 발표한 로드맵도 마찬가지다.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이란 단어가 단골로 등장했지만 '지방'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대구에서 다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 대통령이 누구보다 '지방'의 속내와 아픔을 잘 알고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진 때문인지 상대적인 실망감도 컸다.

하지만 요즘 박 대통령이 자주 '지방'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국회 국토위 의원들과 만나 남부권 신공항을 원칙대로 추진하겠다는 '희소식'을 전하더니 이번 주 들어서는 '지방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22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방경제가 상당히 어려우니 (지방 공약이) 언제 되나 학수고대를 하고 있다"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방에 있는 국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선 지방 공약 이행을 지시했다.

이어 23일 국무회의에서는 "새 정부 목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별 없이 어디에 살든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지역 발전 정책을 지역민이 적극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며 "지자체와 소통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지역 발전 공약들이 실효성 있게 실천될 수 있도록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의지는 정부 조직에서도 드러날 예정이다. 청와대는 지역 정책을 '지역 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총괄키로 하고 내달 위원장 인선에 나설 계획이다. 신정부는 청와대 직속의 자문위원회를 모두 총리실로 이관할 방침이지만 지방 관련 두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남겨두기로 했다. 일단 위원장에 누가 임명될지, 양 위원회가 어떤 권한을 갖게 될지에 따라 신정부가 향후 추진할 '지방 정책'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전망이다.

혁신도시 조성과 행정도시 건설 등을 추진하며 강력하게 지방 정책을 추진했던 노무현정부와 달리 이명박정부 시절 '지방 정책'은 상당히 후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박근혜정부의 지방 정책 의지는 이명박정부보다는 강한 것 같다.

제대로 된 지방 발전 정책을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핵심 사항들이 있다. 자주 재원 확보와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권한을 지방이 갖는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볼 때 지방 정책은 '동정'의 정치였다. 어느 지역이 어려우니 '균형 발전'이란 명분을 달고 공단과 공항을 지어주고 살림이 빠듯하니 국비를 좀 더 지원해 주는 식의 '구호 정책'이 골격이었다.

하지만 각 지역이 성장 동력을 갖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재원이 있어야 하고 지역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행정적 권한이 있어야 한다. 전체 세수의 80%를 중앙정부가 갖고 있고 분권이나 지역별 개발 계획의 룰이나 집행 방안까지 중앙정부에서 갖고 있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진정한 '지방 발전'과 '자치'를 기대하기 힘들다. 지방비 비율을 대폭 늘리고 지방 발전 방안 계획 초기부터 지역의 전문가나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지역 발전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이제 20년이 가까워져 온다. '무늬만 지방자치'란 자조적인 지방민의 목소리가 신정부에서는 잦아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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