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농군학교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제주도에서 있었던 실화라고 했다. 코발트 빛 파도가 밀려오는 여름 바닷가, 치자나무 숲 속의 콩기름 칠한 소금창고 같은 강의실에서 어느 노교수님이 초등학교 선생님을 대상으로 '어머니'에 관하여 강의를 하고 있었다. 교실 밖 레코드판에서는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라는 어린 시절 동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강의를 듣던 한 선생님이 통곡을 하였다. 교수님이 사연을 물었다. 선생님은 자기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일곱 살에 어머니가 파도에 밀려 나왔습니다. 지문은 지워지고 머리는 바위에 부딪쳐 군데군데 상처투성이였습니다." 평생을 해녀로 살다가 파도에 밀려온 어머니, 그 어머니가 모은 재산으로 소녀는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었다. 빚을 지고도 갚을 수 없는 한 여인의 슬픈 고백에 교수님도 그 자리에 계셨던 모든 선생님도 모두가 울었다. 어머니! 당신에게는 우리 모두가 빚진 자인 것을.
나의 이야기이다. 초저녁잠이 많은 팔순 노모는 잠이 깨면 자식이 들어왔는지, 안 들어왔는지를 확인하고, 달밤에 들어오지 않은 자식을 기다리며 초조하게 고층아파트 발코니로 자꾸자꾸 내려다보았다. 한번은 저 멀리서 달빛 아래 비틀거리며 희미한 물체가 보이더니 집을 제대로 못 찾고 첫 번째 아파트 통로로 들어갔다 나오고, 두 번째 통로로 들어갔다 나오고, 세 번째 통로로 들어갔다 나오는데 "에휴, 누구 집 자식인지 부모 속이나 썩이겠군 하고 혀를 찼는데 마지막 통로로 올라오는 것을 보니 내 자식이더라" .
어머니 그 말씀에 불효자는 울었지요. 당신의 장례식 날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와 목 놓아 울었지요. 하늘도 통곡하여 장맛비는 한 주일 내내 쏟아부었지요. 관을 넣으려고 파낸 웅덩이에 빗물이 흥건히 고였지요. 남의 속을 모르는 시골 어르신들은 "저리 서럽도록 우는 아들이 어디 있나, 참말로 효자다"라고 칭찬을 했지요.
어머니, 관속에 물이 스며들지나 않습니까? 가끔 당신의 산소를 찾아 안부를 묻습니다. 산소를 지키는 늙은 밤나무에 굴뚝새 한 마리가 날아와 어머니를 대신하여 "괜찮다"라고 울어 주네요. 당신은 평생을 품고 다니는 내 영혼의 심장입니다. 이 땅에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라는 이름의 당신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어버이날이 다가오네요. 아들 낳고 무병장수하라고 대문에 고추를 내걸던 불쌍한 우리 어머니, 어떻게 저승에서 아버지는 만났습니까.
최규목<시인 gm3419@daegu.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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