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역 중소업체들이 부산 대기업의 횡포에 줄도산당할 처지에 놓였다.
운수'유통'건설업을 하는 부산 천일개발그룹은 2011년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NRT와 지분 인수 조건으로 출자를 했으나 출자금과 납품대금을 일방적으로 회수하는 바람에 NRT는 최근 부도가 났다. 이로 인해 NRT와 협력한 지역 100여 개 업체들은 임금과 재료값 등을 한 푼도 받지 못해 줄도산당할 처지에 놓였다.
2004년 문을 연 NRT는 기계부품 가공 및 자동화기계 제작업체로 매출 수십억원의 견실한 중소기업이었다. 그러던 중 2011년 1월 천일개발그룹 박재욱 회장이 NRT 황교식 대표에게 출자를 제안했다.
황 대표는 "박 회장은 NRT의 주식지분 75%를 천일개발이 지정하는 사람에게 넘겨주고, 이익금을 분배하는 조건으로 출자를 하겠다고 제의했다"며 "천일개발이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대기업과의 동업으로 인한 효과가 클 것 같아 승낙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일개발은 약속한 15억원의 출자금을 필요에 따라 조금씩 출자해왔다. 황 대표는 "천일개발이 출자금을 직접 입금한 것이 아니라 박 회장 아들 회사나 계열사를 통해 입금했고 NRT의 자금 운영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2011년 9월 일본의 회사로부터 자동차 조립설비 주문을 받은 NRT는 100여 개의 협력업체들과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천일개발은 꼼수를 부렸다. 일본 업체가 준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등 총 40여억원의 돈을 모두 천일개발이 가져간 것.
이 때문에 NRT는 협력업체에 어음을 발행해야만 했다. NRT 협력업체 디엔씨의 김유달 대표는 "일본 업체 납품 조건으로 직원 월급은 매달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으며 재료 구입비 역시 일부만 어음으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주기로 했다"며 "하지만 3개월간 협력업체들은 현금을 한 푼도 구경 못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울며 겨자 먹기로 NRT의 어음을 받았고 밀린 임금과 재료값을 지불하기 위해 신용, 담보 대출은 물론 가족들의 돈도 끌어다 썼다"고 덧붙였다.
어음을 발행한 NRT는 결국 지난해 12월 16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일본 업체로부터 40억원의 돈을 받았지만 111개 협력업체들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협력업체들은 이전부터 발행된 어음과 밀린 돈 등 모두 총 70여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 중 96개가 대구경북지역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들은 천일개발이 NRT의 돈을 모두 빼내가고 협력업체들에 돈을 주지 않기 위해 고의로 NRT를 부도냈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대표이사로서 당연히 부도를 막고 협력업체를 살려야 하지만 천일개발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40억원의 회사 운영자금을 가져갔다"고 했다.
NRT 협력업체들은 천일개발이 실질적으로 NRT의 자금과 인사 등 모든 경영권을 휘둘러놓고 협력업체의 인건비 등을 지불하지 않은 채 수익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조만간 박 회장을 '횡령'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며 "대기업의 횡포를 그대로 지켜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일개발 측은 기자가 수차례 통화를 했지만 "딱히 설명이나 반론할 것이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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