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는 충(忠)과 함께 사람이면 당연히 행해야 하는 책무였다. 공자는 예기 단궁 편에서 효를 단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자로(子路)가 가난한 집을 보며 "살아서는 봉양 받지 못하고, 죽어서는 장례도 못 받는다"고 탄식했다. 공자는 "생콩을 씹고 맹물을 마셔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데 정성을 다했다면 그것이 효"(◆菽飮水 盡其歡 斯之謂孝, 철숙음수 진기환 사지위효)라 했다. 요즘 세상에서는 케케묵은 말이지만, 법에 앞서 도덕적, 관습적으로 자연스럽게 이 말이 통용되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행정적으로 노인의 기준은 대개 65세다. 옛날로 치면 자식의 봉양을 받아야 할 나이지만, 평균 수명이 늘면서 이제는 늙지도 젊지도 않은 어중간 나이다. 봉양받지 못하고, 남은 삶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지표를 봐도 이들의 미래는 어둡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542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1.8%였다. 1990년 214만 4천 명, 5.0%였던 것과 비교하면 숫자와 증가율이 모두 2배 이상 늘었다.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당 79.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최근에는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자살하는 부모도 많이 늘었다. 부양 의무를 강요할 수 없다는 뜻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봉양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효도 기대하기 어려워 죽음을 택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자식이 효로 부모를 섬기지 않는 현실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가 된 것이다.
노인 문제는 모든 국가가 맞닥뜨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유교 문화 국가가 심각하다. 이미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비슷하다. 중국은 지난해 말로 60세 이상 인구가 14.3%로 숫자로는 무려 1억 9천여만 명이다. 이 숫자에 대한 중국의 고민은 최근 시행한 노인권익보장법에서 잘 드러난다.
이 법에 따르면 분가한 자녀가 나이 든 부모를 자주 찾지 않으면 범죄자가 된다. 자칫 황당하게 보이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사실상 실효성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의 효를 강조하는 법이 있다는 것만으로 상징성을 갖는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상징 법을 만들자고 공론화한다면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지 않을까 싶다. 때때로 중국인의 황당함이 부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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