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옷장 속의 세계사

옷장 속의 세계사/이영숙 지음/창비 펴냄

옷장 속에 옷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옷감마다 의복 종류마다 세계사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청바지에는 미국 서부 개척기의 역사가 배어 있고, 트렌치코트에는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역사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옷 속에 숨겨져 있는 세계사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트렌치코트의 트렌치(trench)는 바로 '참호'란 뜻이다. 트렌치코트는 군인을 위한 전투용 복장이었다. 이 옷이 만들어진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였다. 여기에 사용되는 옷감은 그 이전, 영국의 토머스 버버리다. 버버리는 고무 비옷을 대체하기 위해 새 옷감을 개발했고, 그것이 바로 '개버딘'이다. 방수 가공을 했기 때문에 탐험가, 비행사들이 선호했고, 전쟁터에서도 환영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은 좁은 참호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트렌치코트는 방수가 되고 체온 유지에도 좋아 참호에서는 아주 적합했다. 이 우수한 기능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일상적으로 우리가 즐겨 입는 옷이 됐다.

'천을 적게 써서 만든 상의와 하의로 나뉜 수영복'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비키니는 원래 새로운 수영복의 상표명이었다. 최초의 비키니는 1946년 만들어졌다. 프랑스의 발명가이자 디자이너인 루이 레아르가 파격적인 스타일의 여성 수영복을 고안해낸 것. 처음에는 과감한 노출 때문에 로마 교황청에서 부도덕한 옷이라고 비난받았다. 모델들조차 그 옷을 입기 꺼려해서 파리의 한 스트립 댄서가 처음 입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옷인 청바지는 19세기 후반 미국의 골드러시 때 사금을 캐는 일꾼들의 작업복으로 탄생했다. 이후 청바지의 유래뿐 아니라 미국 서부 개척기 역사로 시야를 넓혀 아메리카 원주민의 수난사로 이어진다. 200쪽, 1만1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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