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장 스트레스는 회사·우정 헛갈린 오해 때문

회사가 우리를 열받게 하는 65가지 이유/전정주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수십 대 일 혹은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어렵게 들어간 회사가 '별천지'가 아니라 '별 희한한 곳'이라고 여겨질 때가 있다. 불합리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해서 사표를 던지고 싶을 때도 있다.

실제로 사회에 첫발은 내디딘 젊은이들이 평균 1년 4개월 안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통계도 있다. 취업이 이렇게 어려운 데도 말이다. 젊은이들의 경우 첫 직장의 평균 구직기간은 11개월. 그토록 힘겹게 구한 직장을 왜 1년 남짓 만에 그만 두는 것일까.

이 책은 '너도 화가 나니? 나도 화가 난다' 는 식으로 직장을 때려치우고 싶은 사람을 위로하는 책이 아니다. 직원을 화나게 할 수밖에 없는 회사를 변호하는 책도 아니다. 직장인을 화나게 하는 65가지 이유라기보다, 우리나라 기업과 직원들이 흔히 갖고 있는 잘못된 관습에 대한 지적에 가깝다.

만약 부하 직원이 자주 지각을 하면 어떻게 될까. 상사들은 그의 근무태도에 대해 지적할 가능성이 높다. 심하게 꾸중을 들은 뒤에 부하 직원은 더 이상 지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여전히 지각을 계속하다가 직장에서 왕따가 되거나, 스스로 견디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회사는 학교가 아니며, 선배가 후배의 기강을 잡는 곳이 아니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 곳이다. 그러니 기강은 프로다운 기업문화에 의해 저절로 잡혀야 한다. 선배는 지각한 후배의 근무태도에 대해 잔소리하거나 간섭할 필요가 없다. 지각한 후배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신입사원이라도 일단 기업의 구성원이 되었다면 프로다. 지각을 했다면 업무 완수를 위해 야근을 해야 한다. 지각에 대한 꾸지람보다 보충 업무로 지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프로다'고 말한다.

직장인이라면 시말서(始末書) 또는 반성문을 써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말서는 글자 그대로 보자면 '일의 시작과 끝, 즉 경위'를 쓰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반성문에 가깝고 잘못을 뉘우치라는 징계에 가깝다.

이 책은 제작상의 사고나 실수가 발생하거나 실적이 미달되었거나 간에 필요한 것은 원인분석을 통한 개선이지, 윤리적인 문제로 느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윤리적 뉘앙스로 직원을 꾸짖는 것은 직원을 프로페셔널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결국 감정의 문제로 오독될 수 있으며, 직원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문제점에 대해 시시비비를 명확히 분석하는 것이야말로 직원의 사기와 능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한다.

책은 점심식사, 회식, 봉사활동, 야유회, 체육회 등 우리나라 기업의 유난한 친목활동에 대해 '장점만큼이나 단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식사시간을 개인적으로 쓰고 싶어도 팀 분위기 때문에 같이 가야하는 경우도 있고, 동료들과 식사나 회식에 빠지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중략) 회사는 회사다. 우정은 사무실 밖에서, 업무 외적인 것으로 한정지어야 한다. 회사에서 친하다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특정 동료에게 반말을 쓴다거나 욕설을 섞는 등 특별한 사이임을 드러내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

15년 동안 한국기업은 물론이고 외국기업, 공기업과 민간기업을 두루 경험한 지은이는 자신의 첫 구직에 대해 "한마디로 아무것도 몰랐다. 막연히 관심 있는 분야는 있었지만 내 적성, 재능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조직생활과 기업문화에 대해서는 더욱 몰랐다. (결국) 첫 직장을 1년 조금 넘기고 그만두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구직할 때 깊이 고려해야 할 것으로 '기업문화, 보상체계, 팀, 배움의 기회'를 꼽는다. 일단 입사한 뒤에는 수동적으로 자신을 회사에 맞추느라 지치고 불평하기보다 자기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기업문화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리더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가 원하는 한 가지 완벽한 인재상에 맞추기보다, 나의 장점을 파악하고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업무방식을 찾아내고, 그것을 유연하게 어필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라는 것이다. 직장에 불만이 많은 월급쟁이는 물론이고, 직원들의 근무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고용주도 읽어볼만한 책이다. 336쪽, 1만4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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