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입시 간소화가 대학교육정책 출발점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입 수시 전형 일정과 인원 선발 비율 등을 포함한 2014학년도 수시 모집 요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수시는 9월 4~13일과 수능시험이 끝난 11월 11~15일 두 차례에 걸쳐 모집한다. 선발 인원은 25만 1천608명으로 역대 최고 비율인 전체 대학 정원의 66.4%다. 올해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4만 7천273명을 모집해 지난해보다 1천 명가량 늘었다.

대교협의 이번 발표에 따르면 박근혜정부의 주요 교육 정책인 전형 숫자 줄이기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교협은 수시 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나 논술, 면접 등 세부 반영 비율에 따라 대학이 6가지 유형으로 밝히도록 의무화했다. 다양하고 복잡한 전형을 수험생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복잡한 전형 방법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와 수험생은 아무도 없다. 세부 전형이 수천 개나 되는데 이를 뭉뚱그려 6개 유형으로 분류한 것은 겉보기일 뿐 수험생이 겪는 혼란은 마찬가지다. 또, 이 정도는 이미 사설 학원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수험생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큰 의미도 없다. 그나마 제각각인 대입 지원서를 공통 양식으로 통일한 것은 잘한 일이다.

올해는 수능시험 방식까지 난이도에 따라 A, B형으로 나눠 어느 때보다 대학 입시가 복잡하다. 그럼에도, 대학은 지금까지의 복잡한 형태를 줄일 생각이 전혀 없다. 사실 대교협은 교육부와 함께 우리나라 대학 교육정책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대학 이익 단체이다. 수험생이나 학부모 부담을 줄이는 것보다는 대학의 이익이 먼저다. 따라서 대교협에 대학 입시 전형 간소화를 기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학 입시 제도 개선은 역대 정부가 그토록 노력한 사교육 줄이기나 공교육 활성화 등 모든 교육 문제와 맞물려 있다.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절대로 고칠 수 없고, 이를 고치지 않으면 어떤 교육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 반면, 대학 입시는 특성상 한꺼번에 고칠 수도 없고, 실제 실행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당장 현 입시 제도에 맞춰 준비한 수험생과 예비 수험생인 고등학교 1, 2학년생이 큰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학 입시 제도 개선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하다. 정부는 입시 간소화 방안에 대한 로드맵 제시를 대학 교육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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