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하호 블루길·배스 안잡혔다

본지 3개지점 그물조사, 어민 "환경성검토서 조작" 정부 수공 학계

"임하호에 외래 육식어종인 배스나 블루길이 단 한 마리라도 잡히면 한국수자원공사의 사전환경성검토서와 안동 임하댐 연결공사 모두를 인정하겠습니다."

최근 '안동-임하댐 연결 도수터널 공사'를 둘러싸고 사전환경성검토서 문제점과 안동호에 서식하는 외래 식육어종의 임하호 유입으로 인한 임하호 생태계 파괴 우려를 제기(본지 12일 자 4면 보도)한 '임하호토종어류보존협회'가 정부와 수자원공사, 어민, 학계가 함께 참여하는 임하호 생태계 공동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14일 본지 취재진이 임하호토종어류보존협회 회원들의 협조를 얻어 임하호 3개 지점에서 물고기를 잡은 결과 토종 어류는 많이 잡혔지만, 블루길과 배스 등 외래어종은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임하호에는 외래 육식어종이 없다는 보존협회와 어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한 셈이다.

안동시 임동면 중평리 선착장을 출발한 취재진은 뱃길로 10여 분을 이동해 어민 이정형(59) 씨의 어장에서 1년여 전 설치한 2개의 고정식 낭장망(정치망)을 걷어 올렸다. 낭장망은 50m 길이의 일반적 그물인 자망과 달리 25~50m 길이의 유로망을 육지에서 연결한 뒤 고기들을 유인해 지름 1m, 길이 7~8m의 뿔통 주머니형 그물에 가두는 형식으로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이날 낭장망을 걷어 올리자 그물주머니에서 20여 마리의 물고기가 펄떡거렸다. 그물 안 물고기를 상자에 내리붓자 어른 팔뚝만 한 잉어와 아이 팔뚝 크기의 준치들이 쏟아졌다. 어민들의 주장처럼 배스나 블루길은 보이지 않았다. 바로 옆 또 다른 낭장망에서도 외래어종은 단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그 지점에서 다시 뱃길로 20여 분 거슬러 올라 영양에서 발원한 반변천과 청송에서 유입되는 용전천 물길이 만나는 임동면 지리에 설치된 그물을 걷어올렸다. 이곳은 보존협회 이수섭 회장의 어장이다.

이곳에서도 3개의 그물주머니에서 쏘가리와 꺽지, 메기, 빠가사리, 준치 등이 잡혀 올라왔지만 배스나 블루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잡힌 물고기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 것은 '썩어도 준치'라는 준치였다.

임하호에는 안동'청송지역 어민 30여 명이 150여 개의 낭장망을 설치해 놓고 있으며, 매일 저녁 곳곳에 자망을 치고 새벽녘에 걷어 올리는 물고기잡이가 계속되고 있으나, 토종어류 외에 외래어종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어민들의 설명이다.

이수섭 보존협회장은 "배스나 블루길이 안동호와 비슷한 개체수를 나타냈다면 어떻게 임하호에는 배스나 블루길이 잡히지 않느냐"면서 "정부와 학계, 어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통해 임하호에서 단 한 마리의 외래 육식어종이 잡히면 모든 걸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20여 년을 임하호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어민과 보존협회 회원들은 안동호와 임하호에서 외래 육식어종인 배스와 블루길 개체수가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안동-임하댐 사전환경성검토서'의 완전한 조작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당시 안동 임하댐 연결공사를 앞두고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가 제출한 '안동-임하댐 연결사업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블루길과 배스가 안동호에서는 1996년 이후, 임하호에서는 2003년 이후 나타나기 시작했고, 블루길 개체수도 안동호(10.1%)와 임하호(10.1%)가 같고 배스도 안동호(2.0%)와 임하호(1.3%)가 비슷해 연결터널 설치로 인한 생태계 교란 등 악영향은 없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 14일 본지 취재진이 어민들과 함께 임하호에서 물고기를 잡아올렸지만, 토종어류 외에 블루길과 배스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안동'엄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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