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닻 올린 대구오페라재단] <상>11월 출범, 어떻게 만들어지나

대구시가 年 70억 예산 지원…재단 자율성 확보 미지수

▲오는 10월 열리는 제11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참여할 예정인 이탈리아 살레르노 베르디극장의
▲오는 10월 열리는 제11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참여할 예정인 이탈리아 살레르노 베르디극장의 '토스카'.

# 정부 사업 적극 유치

# 시·시의회 간섭 최소화해야

# 상임이사가 대표 역할

# 예술감독, 이사 겸임 못해

우여곡절 끝에 23일 열린 대구시의회 본회의에서 '오페라재단 설립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오페라재단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늦어도 11월 중에는 오페라재단이 정식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벌써 재단 적립금과 운영비 5억1천900만원을 추경을 통해 신규 확보해 대구오페라재단에 지원키로 결정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페라재단 설립 문제가 본궤도에 오른 만큼 앞으로 어떤 형태로 만들어질지 전망과 숙제를 짚어봤다.

◆재단적립금 없는 100만원 재단

대구오페라재단은 적립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재단과는 달리 100만원 재단 형태로 만들어진다. 재단 설립의 기본이 되는 적립금을 100만원으로 최소화하는 대신 대구시가 연간 7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매년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오페라하우스와 대구시립오페라단, 그리고 대구국제오페라축제조직위에 모두 65억원의 예산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그 규모가 72억원에 이를 예정이다.

김대권 대구시 문화예술관광국장은 "요즘은 금리가 워낙 낮아 재단적립금이 있어봤자 실질적인 운영비 대기도 어려운 형편인데다, 거액의 적립금이 오히려 운영비 지원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빌미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100만원 재단 형태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대구시가 운영비를 지원하되 오페라재단은 앞으로 각종 정부 사업들을 적극 유치해 사업비를 늘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사업을 유치했을 경우 매칭펀드 방식으로 시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앞으로 오페라재단 예산을 얼마나 늘리느냐는 재단의 역량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적립금 없는 100만원 재단은 오페라재단의 '자율성'을 일정 부분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를 안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시에서 연간 단위로 예산을 받아 집행을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예산 운용의 제약이 여전한데다, 시와 시의회의 간섭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전체 예산을 주면 사업비의 경우에는 당해연도 내에서 사용해야 하지만 운영비의 경우에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재단의 용도에 맞게 변경해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회계 운영의 융통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임이사 형태로 출범 가능성

통합 예정인 오페라 관련 3개 조직의 직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문제는 고용승계. 하지만 재단 설립 논의가 시작된 이후 조직을 꾸준히 축소해 온 터여서 큰 폭의 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은 "원칙적으로는 가능한 한 고용을 승계한다는 방침이지만 재단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재심사 과정은 거쳐야 한다"며 "이 중 일부는 올가을 개관 예정인 시민회관으로 옮겨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어차피 재개관 예정인 시민회관 운영 인력이 필요한 만큼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

조례에 따르면 대구오페라재단은 상근 대표(이사 권한 없음), 비상근 대표(이사), 상임이사 등 3개의 체제 중에서 운영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이 세 가지 방식 중 어떤 형태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대구시가 안을 내면 발기인 총회의 의결을 거쳐서 결정된다"며 "현재로서는 상임이사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의회와도 이 같은 형태로 대강의 합의를 본 상태다.

'예술감독'의 권한과 관련해서는 이사직을 갖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한 음악인은 "관장과 예술감독이 의견충돌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예술감독의 이사 권한을 없앴다는 것은 너무 성급한 느낌이 든다"며 "결국 사람의 문제인데 이 때문에 예술감독의 권한이 너무 약화되면 오페라 제작과 관련한 전체 예술작품의 질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음악인은 "상임이사가 실질적인 대표의 역할과 관장, 그리고 예술감독의 상관으로서 제작 전반에 관여하게 된다면 권한이 너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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